한국 불교는 주로 지혜의 측면에 치우쳐 있어 자비의 실천이 실종되어 있다는 비판이 오래 계속되어 왔다. 불교의 사회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 등은 이런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불교의 치우친 양상을 바로잡아가려는 하나의 큰 흐름 위에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런 흐름이 커지고, 여러 가닥으로 구체화되는 그런 반가운 현상들이 이곳 저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 가장 큰 예가 요즈음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나눔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승려의 노후복지기금 마련을 위한 ‘자비의 보험금 나눔운동’을 비롯하여 외국인 노동자, 소년소녀가장 돕기 나눔운동을 올해의 중요한 사업으로 제시하였다. 현대불교에서도 ‘나누면 모두가 행복합니다’라는 구호 아래 ‘나눔의 손잡기 운동’을 연중 캠페인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 이러한 운동은 단순한 이념 차원의 운동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자비 실천의 방법을 제시하며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우리가 여기서 실천할 수 있는 자비의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나눔’이라는 친숙한 언어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 돈, 힘, 지식 등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야 말로 자비실천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러한 운동에 손쉽게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러하기에 우리 불교계의 자비실천 운동을 한차원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추상적인 개념을 알기쉽고 구체적인 언어로 제시하고, 또 손쉬운 동참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이 운동의 가장 특징이며 힘이다.
자비의 실천은 환희심을 낳고 그 환희심은 다시 자비심을 증폭시킨다. 나눔으로써 더더욱 풍요로워지고 넉넉해지는 것이 자비다. 그러하기에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이 운동에 동참하게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그 힘을 증폭시켜 나갈 수 있다. 나의 조그만 나눔이 나의 자비를 증장시킬뿐만 아니라, 불교계와 이 사회를 자비의 힘으로 따스하게 감쌀 수 있는 운동인 이 ‘나눔운동’에 모든 불자들이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성태용(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