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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절을 앞둔 2월 18일. ‘만해 스님 일대기’를 집필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찾아간 기자에게 만해 스님의 손상좌인 설산 스님(서울 정토사)은 일대기 설명에 앞서 만해 스님을 시인이나 독립운동가보다는 훌륭한 스님으로 봐달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설산 스님이 이런 고집을 내세우는 이유는 스님으로서의 만해 스님이 지녔던 사상과 가르침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일대기 출간작업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백담사 만해 마을 측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출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해 스님의 손상좌가 일대기를 출간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만해 스님을 가까이에서 모셨던 입장에서 만해 스님을 다시 조명한다는 것도 뜻 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만해 스님을 시인이나 민족주의자로만 인식하고 있지 정작 스님으로서의 만해 스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스님이 시를 쓰고, 스님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만해 스님을 조명하는 작업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님으로서의 만해 스님의 사상입니다.”
만해 스님 일대기의 책 제목은 ‘사미와 큰스님’이다. 사미는 설산 스님을, 큰스님은 만해 스님을 지칭한 것이다. 15살 때 만나서 10여 년간 만해 스님을 곁에서 보면서 느꼈던 단상을 토대로 만해 스님의 삶을 들여다보았다는 특징이 있다.
책 구성은 만해 스님의 일생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면서도 중심사상을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그동안 각종 불교잡지에 기고했던 글들과 강연문 가운데 중요한 것들도 한데 모았다. 이를 위해 설산 스님은 3년여 동안 불교학자들을 찾아다니고 동국대 도서관과 출판사, 남한산성에 있는 만해전시관 등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이 책을 출간하고 나면 현재 망우리에 모셔져 있는 스님의 묘지를 국립묘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만해 스님의 딸인 한영숙씨가 어머니와 함께 모셔져 있는 만해 스님의 묘지 이전을 반대해왔지만, 이제는 국립묘지에 모실 때가 됐습니다.”
설산 스님은 만해마을에 만해 스님이 남긴 글들을 가르칠 수 있는 강습소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