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학원 이사회가 연거푸 두 번이나 열리지 못했다.
2월 18일 오전 10시 30분 동국대 교무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47회 이사회는 지난 6일에 이어 현 이사 11명 중 6명만이 참석, 정족수 미달로 유회됐다. 이사회 개회를 위해서는 이사 정수(13명)의 과반수인 7명 이상이 참석해야 하고, 이번 이사회의 핵심 안건 가운데 하나인 불교병원 개원을 위한 정관 개정을 위해서는 3분의 2인 9명이 참석해야 한다.
이날 이사회는 성원 미달로 자동 유회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향후 이사회 운영에 대한 의견 교환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는 이사장 현해 스님과 영담ㆍ영배 스님, 동국대 홍기삼 총장, 황창규 명예교수. 감사인 일면ㆍ범여 스님, 박도근 감사 등이었고 남준 법인 사무처장 서리와 사무처 직원들이 배석했다.
그 동안 이사회가 열리는 교무회의실 주변의 출입을 막았던 관례를 깨고 이날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교계 기자들에게 공개가 됐다. 영배 스님은 간담회가 끝난 후 앞으로는 선거나 투표 등을 제외하고는 이사회를 기자들에게 계속 공개하겠다는 요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간담회에서는 다음 이사회는 2월 26일 오후 4시로 잡기로 잠정적으로 정했으며 오늘 참석하지 않은 이사들에게 의견을 물어 26일 오후 4시가 안 되면 26~29일 사이로 날짜를 잡기로 했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오간 주요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영배 스님 - 이사회가 계속 파행을 겪는 것은 이사장 선출에 따른 문제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처리할 안건은 대단히 중요한 것들이다. 예산안 승인과 교원 인사, 일산 불교병원 개원을 위한 정관 개정 등, 오늘도 통과가 안 되면 학교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상당한 우려가 예상된다. 이사장 스님과 내가 지난 번(2월 6일 이사회)에 불참한 이사들 개개인에게 전화를 걸거나 일부는 직접 찾아가 이사회 참석을 간곡히 요청했고, 비판할 것이 있으면 여기 와서 비판해 달라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어떤 이사는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 당분간 냉각기를 갖자고 얘기하더라. 냉각기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몇몇 분이 전화로 이사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것도 얘기를 들었다. 한 번 더 이사장 스님께서 나서서 불참한 이사들을 설득해 줬으면 한다. 이사회가 자꾸 유회되면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종단 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3월 전까지는 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 다음 이사회에서도 오늘 불참한 이사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해 스님 - 참석하지 않은 이사들과 통화를 시도했는데 전부 다는 안 됐다. 그러나 (참석하지 않은 이사들 중) 중요한 분과는 통화를 했고 며칠 전에 직접 만났다. 그 분 말이, 이사회 성원이 되면 여기 참석한 이사들 뜻대로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불참 이유로 이사회 날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하고 (날짜를 잡는데) 사전에 협의도 안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분은 다시는 여기 찾아오지 말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나는 섭섭함이 풀릴 때까지 찾아가겠다.
●영담 스님 - 문제는 학사 일정이다. 특히 예산과 교원 임용은 아주 시급하다. 이달(2월)에 끝나야 학교 운영이 된다.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나도 (불참한) 한 이사 스님과 통화를 했는데, 이사회 가지 말라고 독려해서 자기는 가기 어렵다고 했다. (그 스님은) 이사 아닌 다른 스님들도 전화해서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현해 스님 - (불참한 이사들이) 이사회 일정을 상의하지 않고 정해서 불참했다고 하니 다음에는 그분들과 날짜를 상의해서 정하자.
●박도근 감사 - 정관 개정은 정말 시급한 문제다. 특히 불교병원 개원, 금산상고 교명 변경 등이 급하다. 불교병원만 해도 2년째 정관 개정도 못하는 학교가 제대로 된 학교냐? 장례식장 등이 걸리면 (문제가 되고 있는 안건은) 전부 빼고 하자. 가장 시급한 게 총장 임기 연장, 불교병원 정관, 산학협력단 구성, 금산상고 교명 변경 등이니까 다음 이사회에는 정관 개정 안건 가운데 이 4개만 올리자.
●일면 스님 - 영담 스님과 영배 스님이 상임 이사 자리를 만들려고 정관 개정을 올린 것으로 일부에서 오해하고 있다. 정관 개정 안건에 괄호를 열고 (안건에 올라있는) 조항들을 분명히 적시해서 공고를 보내자. 영배 스님의 경우 교육용 기본예산 매입과 관련해 25억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나 있다. 오해를 풀어야 한다.
●영담 스님 - 처음부터 상임이사 부분은 (정관 개정에) 안 넣었다. 장례식장도 전대 이사장 때 재단에서 먼저 요구한 것이다.
●현성 스님 - 내년에 불교병원 개원하려면 정관개정부터 해야 된다. 지금 해도 될까 말까 한데…. 이사회 날짜 잡는데 상의를 안 했다고 하니 이사장 스님이 찾아가서 협조를 요청해라. 오늘 불참한 이사 스님들 모두를 직접 찾아가 큰절 올리고 미안하다 읍소해야 한다. 선대 어른들이 피땀 흘려 만든 학교를 우리가 이렇게 이끌면 안 된다. 녹원 이사장 스님과 송(석구) 총장 때부터 틀어져서 모든 게 물 건너갔는데 참 기막힌 노릇이다. 지난 번 이사회 때 그쪽에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해서 투표했는데 결국 이런 불상사가 났다.
●일면 스님 - 이사들이 안 나오는 것은 이사장을 모시는 과정에서 생긴 의견 충돌 때문이다. 이사장 스님이 찾아가서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남준(법인 사무처장 서리) - 민감한 안건은 삭제하고 26일 오후 4시부터 29일까지로 해서 다음 이사회 날짜를 잡겠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11시 50분께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