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와 전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이다. 우리에게 ‘티베트’는 달라이 라마의 온화한 미소와 명상, 요가 등 평화롭고 신비스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중국 ‘시짱(西藏) 자치구’로 편입된 ‘티베트’의 굴곡진 역사를 외면할 수 없다.
<티벳전사>는 달라이 라마와 정부 요인들이 인도로 탈출하는 것은 도왔던 티베트 전사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지은 쿤가 샴텐 데와창(1914~1985)은 티베트 게릴라 조직 ‘추시 강드룩’의 지도자였다. 1914년 티베트 캄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스님이 되기 위해 출가했으나 집안의 경제적 사정으로 무역 사업에 투신하게 된다. 이후 성공적인 무역인으로 성장하게 됐지만 중국의 티베트 침략이 가시화되자 상인들과 함께 게릴라 조직에 참가해 전사의 길을 걸었다. 쿤가 삼텐은 1959년 3월 달라이 라마와 정부 주요 인사들이 인도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게릴라 전사들을 지휘했고, 망명 작전은 성공을 거두어 인도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가 수립된다.
이 책의 직접적인 집필자는 쿤가 삼텐의 아들인 도르지 왕디 데와창으로, 아버지의 기술을 받아 적어 책으로 엮었다. 처음 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겠다고 했을 때 쿤가 삼텐은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란다. 이미 티베트 탈출기는 성하(달라이 라마)의 <나의 조국, 나의 백성>에 다 기술해 놓지 않았느냐”고 거절했다. 하지만 아들의 거듭된 부탁으로 자신의 성장과정을 비롯해 게릴라 전사들의 활동을 이야기 했다. 때문에 이 책에는 20세기 티베트의 역사는 물론 일반인의 전통 생활양식과 풍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이 책에서 “그는 거대한 적들과 맞서면서 나와 내 일행을 안전한 곳으로 호위해 준 용감무쌍한 티베트 게릴라 조직의 지도자였다”며 “그의 인생 역정은 전형적인 티베트인의 삶과 그 가족이 공동체 안에서 누린 평화와 지역 사원의 관계를 생생해 보여준다”고 쿤가 삼텐을 기리고 있다.
책의 초고가 완성되기 직전인 1985년 5월, 그는 책의 마지막 장을 이렇게 장식하고 눈을 감았다.
“나의 마지막 소망은 독립된 티베트, 자유와 평화가 깃든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 망명자로서 나는 자유의 중요성을 배웠다. 나의 바람과 소망은 자유를 누리는 행운을 가진 사람 모두가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그들보다 적은 자유를 누리는 사람-그 중에 티베트 사람들도 포함될 것이다-을 돕는 데 자유를 사용하는 것이다.”
티벳전사
쿤가 샴텐 데와창
그물코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