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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의 이부중(二部衆)과 바람직한 오늘의 승가상’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논강에서 도법 스님은 기조강연을 통해 “오늘의 승가가 불평등 구조로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으나 이 문제를 덮어두거나 회피하려고 할뿐 누구도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며 “승가의 아픔과 부작용을 각오하더라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부중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루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법 스님은 이부승가 문제에 있어 “승가 자체의 불평등구조로 수많은 비구니들이 상처받고 절망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비구승가가 적극나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님은 “ 부처님이 뜻한 승가는 승가형성의 궁극적 목적이 완성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꾸어 가야하는 현재 진행형 승가이다”며 “발로참회와 공론화로 올바른 승가를 구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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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은 불평등 문제로 “여인오장설, 정법감소설, 여인불성불설, 팔경법 등의 교리와 계율에 있으며 이로인해 비구는 우월하고 비구니는 열등하다는 관념으로 나타나 각종 인사와 의사결정에 비구니가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 스님은 “문제가 되는 교리와 계율은 불법으로 비춰볼 때 도저히 부처님 친설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으로 후대에 첨가 됐을 것이다”며 “현실적으로 연연하지 않아도 될 팔경법은 원점으로 돌아가 다른 대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법인 스님은 이부중문제 해결방안으로 △위계는 법납 우선 △참회법은 각각의 수행처소에서 해결 △중앙종무기관 비구니부 신설 △비구니 계단설치 등을 제시했다.
논평에 나선 혜능 스님(해인총림 율원장)은 “팔경법은 비구, 비구니라는 특수한 관계의 두 집단이 서로 존중하며 보호하고, 화합하도록 하기 위한 부처님의 고뇌가 담긴 제도이다”라며 “함께 수행하는 도반으로 비구니를 받아들여야 할 비구들의 인식전환이 문제이지 팔경법 폐지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혜능 스님은 또한 “부처님 가르침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일을 풀어가기보다 부처님의 뜻을 되새기며 승가에 잘못 적용된 관행을 개선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향후 종단과 율사 스님들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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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에서 세등 스님은 “양성문제에 있어 절박한 비구니보다 비구가 앞장서 문제제기를 해준데에 감사하다”고 표하고 “만약 부처님이 여성이고 남성에 대한 팔경법이 나왔다면?”이란 가설로 팔경법문제를 제기했다.
운문사 진관 스님은 “비구니 위상에 부당함이 많다”며 “예를 들어 예전엔 비구니 계율강의는 비구니가 했는데 최근엔 비구가 강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계율 절대론이나 폐지론은 또다른 극단이다” 며 발제자 법인 스님의 ‘팔경법 원점에서의 논의’와 논평자 혜능 스님의 ‘계율수지’를 모두 비판하고 “설령 팔경법이 이부중의 상호존중과 비구니 보호를 위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그대로 두더라도 청규로 보완할 수 있지 않는가”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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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혜능 스님은 “율장을 불평등하다거나 세간의 논리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지적하고 “팔경법은 비구가 비구니를 보호하고 비구니도 비구의 보호를 받아야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어 승단을 유지하는 기본이다”고 강조했다.
비구니계 교육에 있어서는 “은사 비구니가 제자 비구니를 가르키는 것은 의무사항으로 포살이나 비구니 계율강의는 비구니가 해야한다”고 답하고 스님들의 율장에 대한 이해와 공부를 당부했다.
월암 스님(칠불암 주지)은 “선원 문제는 선방 수좌들이, 계율 문제는 율사 스님들이 자기반성과 문제제기로 바람직한 승가상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며 향후 이부중문제에 율사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비구니 대기 스님(진주포교원장)은 진오스님의 논평에서 제기한 비구의 폭언에 대해 “이것은 양성평등문제라기보다 출가자 자질문제다”고 지적했다.
불교연대 대표 행법 스님(광주 선덕사 주지)도 “비구니들은 비구들의 폭언,폭행에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이다”며 “출가자의 상식이 통하는 승단이 되도록 교육이 우선되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우논강은 자체평가를 통해 “주제가 민감했던 것에 비해 스님들의 참여가 적어 아쉽지만 오랜동안 묵혀두었던 이부중 문제를 비구승이 앞장서 공론화 했다는데 큰 의의를 둔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