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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법주사 주지 지명 스님은 지난 1월 10일 항해기술자 네 명과 함께 약 15m의 무동력 요트에 몸을 싣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항을 출발해 24일 만인 2월2일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도착했다. 약3천2백Km의 바닷길을 거친 풍랑을 헤치고 왔지만 마음은 오히려 전보다 더 평온해졌다. 수행자의 길이 바로 요트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 같이 끊임없는 어려움(번뇌망상)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자신을 바로 보는 과정임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요트를 집어삼킬 듯한 거센 강풍은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요. 하지만 죽음이라는 공포는 죽음을 벗어나는 길을 가르쳐 주지요. 내면의 평화를 얻지 못하면 인간은 늘 죽음과 같은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요트 이름을 ‘고통의 세계에서 피안에 이른다’는 뜻의 ‘바라밀다’로 지은 것도 그래서일까. 하루 한 끼 컵라면과 물에 불린 누룽지로 배를 채우면서도 새벽예불을 드리면서도 오직 하나만을 생각했다. ‘과연 진정한 수행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목탁을 들 여유도 없이 중심을 잡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이런 역경은 스님에게는 또다른 부처님의 가르침이었다.
“바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요트처럼 우리의 삶도 늘 흔들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음의 평온을 얻지 못한다면 언제나 흔들릴 수밖에 없겠지요.”
요트로 태평양 횡단을 나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요트로 혼자서 태평양을 횡단한 재일교포 김원일씨의 향해기를 읽고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달말 주지직을 마치게 되고, 또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동안 많은 직책에 얽매여 있다보니 중생을 위한 보살도를 제대로 행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고 느끼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했다.
“3월초에 다시 하와이로 건너가 부산 항까지 다시 항해를 할 것입니다. 아마도 3달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일본 오이타에서 잠시 쉬는 일정이 잡혀있지만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바다와, 아니 자기 자신과 다시 사투를 벌여야 하건만 정작 지명 스님의 목소리에서는 근심보다는 평온함이 묻어났다.
하와이에서 약9천6백Km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부산항에 들어오는 지명 스님은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얻어서 돌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