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단체들이 국회 파병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파병동의안 부결과 소신 있는 결단을 촉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불교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18개 불교계 단체로 구성된 ‘반전평화불교대책위원회’는 2월 1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수차례에 걸쳐 파병이 몰고 올 심각한 국제적, 사회적 문제를 지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투병 중심의 파병안을 확정짓고자 하는 노무현 정부와 국회의원 등 위정자들의 반사회적 반인류적 행위에 분노한다”고 밝히고 이라크 내 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한 한국군의 파병이 진행되어도 이라크 내 저항과 폭력의 악순환은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불교대책위는 또한 “국회파병동의안을 하루 앞 둔 시점에서 다시 한번 국회의원들의 성찰과 깊은 사려를 요구한다”며 “명분과 실리도 없는 전쟁터에 국민을 총알받이로 내모는 것은 이해될 수도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다”고 경고하고 이번 파병은 엄청난 한국군의 희생과 사회적 혼란, 추가 파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불교대책위는 “국회파병동의안 부결만이 미국의 압력을 피하고 한국민의 생명과 실리를 이끌어갈 유일한 대안이자 슬기로운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국회의원들의 소신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성명서
- 13일 국회 파병동의안 부결을 촉구한다! -
파병동의안이 13일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수 차례에 걸쳐 파병이 몰고올 심각한 국제적, 사회적 문제를 지적해온 우리는 국민들의 간곡한 호소와 염려에도 불구하고 전투병 중심의 파병안을 확정짓고자 하는 노무현정부와 국회의원 등 위정자들의 반사회적, 반인류적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침공 1주년이 다가오는 현재 이라크 상황은 부시행정부 스스로가 인정하듯 격렬한 전시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라크 저항세력은 점령군을 지원하는 모든 세력에 대해 저항할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군의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 지역은 미군 70여명이 사망한 곳으로 최근 이라크내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어 점령군 역할을 대신할 한국군의 희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재삼 밝히지만 이라크 전쟁은 점령군 미국이 전범행위를 인정하고 이라크에서 조속히 철수 하지 않는 한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수가 없다. 수 천명의 한국군을 파병한다해도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짓밟힌 주권을 되찾고자 하는 이라크인의 처절한 저항과 폭력의 악순환은 사라지지 않을 것 이다. 이는 일본의 침략에 의해 주권을 침탈당해본 한국민의 쓰라린 역사적 교훈에서도 알 수 있고 전쟁과 폭력에 관한 인류사가 방증하고 있다.
국회 통과를 앞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국회의원들에게 성찰과 깊은 사려를 요구한다. 미국이라는 두려움이 정치인들의 어께를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악행을 알면서도 점령자의 총알받이로 국민을 내세우는 것은 결코 이해될 수도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음을 깊이 새겨야할 것이다. 정부와 보수언론 등 은 이번 파병이 한미관계를 보다 발전시키고 전후 재건 사업 등 엄청난 경제적 특혜를 가져다 줄 것으로 호도하고 있지만 이를 보장할 구체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파병이 불러온 결과와 그에 따르는 책임 등 충분한 사전조치가 있어야함에도 이에 대한 위정자들의 고민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대규모 파병의 결과는 엄청난 한국군의 희생과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고 제3, 제4의 파병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13일로 예정된 국회파병동의안 부결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이길만이 미국의 압력을 피하고 한국민의 생명과 실리를 이끌어갈 유일한 대안이자 슬기로운 해법이라고 판단한다. 273명 국회의원들은 단 한번만이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심정으로 당론보다는 소신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것이 16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마지막 기대임을 명심하라!
불기2548(2003)년 2월 12일
반전평화불교대책위원회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대한불교조계종중앙신도회/대한불교청년회/민족공동체추진본부/보리방송모니터회/불교소수자의 벗/불교여성개발원/불교인권위원회/불교포럼/불교환경연대/사찰생태연구소/실천불교전국승가회/인드라망생명공동체/조계사청년회/좋은벗들/참여불교재가연대/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