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스님들의 ‘파워’, 병원에서도 약사여래의 손길로 펼쳐지고 있다. 정작 중생이 아프고 힘들 때, 이들을 찾아가 보살피는 것은 수행자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말한다. 병원은 부처님의 동체자비사상을 실천하는 ‘수행처’라는 것이다. ‘생로병사’의 괴로움 끝에 ‘어머니’의 모습으로 서 있는 비구니 스님들. 진정한 수행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국립경찰병원 혜광(서울 참나선원장), 무관 스님. 사제지간인 이들 스님은 15년째 병실을 지키고 있다. 매일 500개 병상을 법당삼아 살았다. 스승은 환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제자는 쾌유 기원 기도를 올렸다. 직원불자회도 이끌었다. 일과 신행의 일치를 언제나 주문했고, 지금은 열혈 직장불자들이 됐다. 특히 전ㆍ의경 포교에 열정은 대단히 크다. 전의경 불자들은 한국불교를 책임질 ‘씨앗들’이라는 것이 이들 스님들의 생각이다. 때문에 신세대 입맛에 맞는 유행음악 C.D 등을 병상 머리맡에 놓아주곤 한다.
아예 병원 근처로 이사 온 ‘자취생 스님’도 있다. 서울보훈병원 지문 스님. 이 스님은 절이 없다. 병원 법당이 집이자 수행처란다. 새벽 4시면 출근(?)하고, 늦은 저녁에야 강동구 등촌동 자취방으로 돌아온다. 이러기를 11년째다. 그간 스님은 병원에 법당 문을 활짝 열었고, 간병인불자회인 ‘보은회’를 만들어 환자들과 함께 해왔다.
병원 포교에 원력을 세운 스님들의 역량은 자원봉사조직 운영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서울 경희의료원 혜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4년 전 불교호스피스 ‘불교비아라’를 결성해 염불, 인공신장실에서 간호업무를 돕도록 하고 있다. 이 병원 자원봉사자가 할 일을 불교비아라가 90% 이상을 소화한다.
동국대 경주ㆍ경주한방ㆍ포항병원 3곳의 종립병원을 맡고 있는 무구 스님(동대 경주병원 약사전 주지)도 자원봉사활동 전문가다. 지난 2003년 동국학원 재단에서 파견 나온 스님은 특히 지역 사찰의 신도회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병원 봉사는 재가불자가 해야 할 ‘또 하나의 신행’이라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다.
장기기증 운동 캠페인도 벌이는 스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지홍 스님(암사동 정향사 주지). 15년 전 병원 개원과 함께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환자 위문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스님은 장기기증이 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실천행이라고 강조한다.
서울대학병원 은진 스님(청량리 청량사)은 병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16년 넘게 병실에서 살다보니, 웬만한 의사 진료 수준 뺨친다. 환자들의 얼굴만 봐도 어디가 아픈 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수행자는 병을 고쳐줄 수는 없지만, 환자가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투병의지를 북돋아준다고. 마지막으로 스님은 병원 포교는 아픈 사람들에게 사부대중의 원력과 힘을 회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