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법규위원장 천제 스님은 2월 10일 시내 모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단화합과 법치확립에 대한 법규위원장의 입장’을 발표했다.
천제 스님은 지난 해 7월 법규위원회의 ‘해종행위조사특별위원회법 등에 의한 징계자들에 대한 특별법에 의해 심사개시를 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심판결정과 관련, “법규위원회의 지극히 정당한 결정에 대해서도 본말이 전도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던 차에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법규위원장의 입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 석명(釋名)한다”며 간담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스님은 먼저 “법규위원회의 적법한 판결에 따라 지난해 말 총무원이 재심사 신청자들에 대해 승적정정 조치를 이행한 바 있으나, 불과 이틀만에 일부 소수 중앙종회의원들의 종헌개정을 통한 사면요구에 따라 다시 유보한 것은 유감스럽고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이는 종단 최고의 법적 심판기관인 법규위원회의 판결을 행정부서가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종법체계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재심사 계류중인 자들에 대해 종헌개정을 통해 사면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행정부서가 징계확정을 결정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종회의원들이 광고 등의 유인물을 통해 마치 법규위원회에서 법에 어긋난 일을 한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이는 종회의원들의 종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규정했다.
스님은 또 “지난번 본 위원회의 ‘특별법 심판’에 대해 호계원이 마치 상위기구인양 본 위원회에 협박성 유인물을 보내 종헌소원 심사에 위해를 가한 것은 종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처사”라며 “호계원측이 제기한 종헌 제128호 단서조항은 사면권을 갖고 있는 종정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 규제받는 조항으로서, 이 조항을 특별심사에 의한 징계에 연계하는 것은 법리상 전혀 조리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스님은 결론적으로 “법규위원회는 종헌이 보장한 최종의 심판기구이며, 그 심판결정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법상식”이라며 “‘해종행위 특별법에 관한 심판’은 지극히 적법한 판결로, 그에 대한 이의제기는 법 절차에 의해서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종헌개정을 통한 사면’ 요구에 대해 스님은 “자칫 종헌을 유린할 위험성과 부당성을 갖고 있다”며 “종헌은 국가의 헌법과 같이 종단을 지탱하는 근간으로, 징계자를 사면하기 위해 종헌을 개헌하려 한다면 차라리 징계법 자체를 없애는 것이 합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1980년대 초 성철 전 종정 스님이 취임했을 때 종단화합 차원에서 대사면이 거론됐던 것과 관련 “그 때 성철 종정 스님은 ‘종헌의 규정을 넘어 종정이 사면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하시면서 종헌 단서조항을 지키신 전례가 있다”며 “다만 스님께서는 당시 감정이 개됐을 수도 있을 호계원의 결정을 재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화합의 해법을 찾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