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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절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주니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꼬.”
2월 9일 오후 4시. 단종의 왕비인 정순왕후가 스님이 되어 평생 단종을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한 서울 종로구 숭인동 청룡사 심검당. 사찰문화연구소 신대현 연구위원(43·문학박사)과 청룡사 주지 진우 스님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을 선물한 신 연구위원은 그동안 사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몇 년전부터 계속해 온 불사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주지 스님에게 꼼꼼히 물어본다. 또한 최근 새로 단장한 청룡유치원에도 직접 가 보며 사찰 변화의 모습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았다.
1992년 사찰문화연구소의 출범과 함께 신 위원은 사흘에 한번은 절을 답사하는 사람, 매일 사찰 자료를 모으고 뒤적이거나 사찰의 역사와 풍광·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기획하는 사찰과 문화재에 빠진 사람이 됐다. 연구소는 이용부 전 종무관, 김규칠 불교방송 사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 명호근 쌍용양행 사장 등 청년불교운동의 기수들이 불교문화의 진면목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음 세대에게 알리고 불교를 현대화하며 중흥시키는 발판을 삼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사찰은 불교의 참 정신이 깃들어 있고, 큰스님들의 발자취가 서려 있으며 몸과 마음을 맑게 할 수 있는 신행의 요람입니다. 그래서 사찰문화연구소를 설립하고 그동안 사찰의 연혁에서부터 소중히 보존해야 할 문화재, 하나하나의 성보에 깃들어 있는 의미, 그 절이 지니는 신앙의 성격, 관련 설화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모았습니다.”
사찰문화연구소 상근 연구원인 신 위원은 13년동안 매년 100여개의 사찰을 답사했다. 단순하게 셈하면 사흘에 하루는 절을 답사한 것이다. 그동안 수집한 사진만도 수십만 컷에 이르고 메모노트도 수백권에 이른다. 수집된 자료는 매년 지방별로 묶어 책으로 발간했고 올해 마지막 2권을 끝으로 총 20권의 <전통사찰총서>가 완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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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용주사, 낙산사, 봉은사, 보문사, 선본사 등의 사지를 편찬했고 <북한사찰연구>, <불교의 효사상>등의 책을 편찬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신 위원은 답사를 다니면서 성보의 가치를 모르고 방치하거나 없애 버리는 일이 많아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모 사찰을 방문했을때 아궁이에 현판이 땔감과 함께 놓여 있어 스님에게 그 뜻을 설명해 겨우 불소시게를 면한 적도 있다고 한다. 또한 터에 맞게 불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무분별하게 불사를 진행하는 모습이나 대웅전을 비롯한 여타의 전각에 현판을 가린 채 불사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어느해 가을 경북 울릉도를 답사했을 때의 일입니다. 사찰에 도착해 스님께 인사를 드리자마자 스님이 잠시 옆방으로 저희를 안내하더군요. 근데 옆방에 들어가자마자 장정 5~6명이 갑자기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들은 사복경찰과 정보기관 관계자였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어서 간첩이나 도굴범으로 오인을 받은 거죠.”
신 연구위원은 현재 매주 일요일 오전 6시 30분 전파를 타는 불교방송 사찰순례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올해 <전통사찰총서>가 완간되면 사찰사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커다란 꿈도 가슴에 키우고 있다. 그 꿈이 있기에 신 위원은 또다시 답사할 사찰을 정하고 자료 수집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