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차의 양대 산지로 손꼽히는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 ‘야생차’와 ‘기계차’로 대표되는 하동과 보성의 차는 우리나라 차시장의 70~8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호음료로서 뿐만 아니라 상품과 관광자원으로서 차의 가치를 인식한 하동군과 보성군은 각각 ‘야생차 특구’와 ‘녹차특구’를 추진하고 각종 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하동과 보성의 차 재배 전통과 현황을 알아본다.
◆ 야생차로 승부한다-경남 하동
우리나라 차 시배지(始培地)인 경남 하동. <삼국사기>에 따르면 약 1,100여 년 전인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녹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자락 쌍계사 입구에 처음으로 심었다고 전한다.
하동은 오늘날에도 전국규모 1, 2위를 다투는 차 재배지다. 1천 2백여 농가가 474ha에서 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하동지역에서 등록 허가된 50여 개의 차 생산업체에서 연간 260여 t의 차가 생산되고 있다. 이 중 고급 잎녹차가 전체의 60% 수준인 160여 t이다. 하동녹차 역시 지난해 5월 농림부 지정 ‘지리적표시’ 제2호 특산품으로 등록됐다. ‘하동녹차’는 하동차영농조합법인이 생산, 가공한 녹차 중 15%이내의 상품에 한해 표시된다.
하동 야생차가 예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은 그 맛과 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리산 일대의 연 평균 기온은 섭씨 13.8도, 강수량은 1,538㎜. 차나무 성장에 있어 최적의 조건이다.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원활한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이 지역 녹차밭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가꾸기 어려운 산악지역에 분포해 있어 재배조건이 까다롭고 기계작업이 힘들어 손으로 따고 덖는 수작업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맛은 최고로 치지만, 가격 경쟁력은 보성녹차에 비에 약하다. 최고급 상품은 100g당 최고 55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상품(上品)은 보통 6~8만원 선이다.
부춘다원(055-883-0516)과 청석골다원(055-883-1847), 곡천다원(055-883-5160) 등에서는 찻잎을 일일이 손으로 따서 솥에 덖어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동군이 개최하고 있는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는 매년 15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부터는 일본과 중국 등의 차 관계자와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세계적인 문화축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부춘다원 여봉호(42) 대표는 “기계로 잎을 대량 채취해 증기에 쪄서 말린 것과 찻잎 하나하나를 따내 솥에서 손으로 비비며 덖어낸 수제차 맛은 확연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재배지가 평지로 점차 내려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야생차가 산지에서 평지로 내려오다 보면 기존의 재배차와 차별성이 없어지고 고유의 맛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 자동화로 생산한다-전남 보성
한 비구니 스님이 녹차밭 사이를 걷고 있다. 어디선가 자전거를 탄 수녀가 나타나 비구니 스님을 태우고 차밭 사이를 달린다.
몇 해 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이 광고의 촬영지는 전남 보성군. 이곳에 펼쳐진 백만여 평의 대단위 차밭이 광고와 드라마, 영화 등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보성군은 차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됐다. 녹차밭이 차 관광농원으로 인기를 끌자 보성군은 2007년까지 ‘한국 차·소리 문화공원’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국비를 포함해 290억원을 들여 7만5000평의 부지에 차와 소리에 관한 문화적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관광지로 먼저 세인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보성은 우리나라 최대의 녹차 산지다. 현재 220여 농가가 518㏊의 밭에 녹차를 재배해 연간 약 960여 t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차 생산량의 40%에 달하는 양이다. 보성녹차는 2002년,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공품의 품질을 농림부에서 보증하고 산업재산권을 보호하는 ‘지리적표시’ 제1호로 등록되어 그 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아열대 식물인 차나무는 날씨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1500㎜ 이상 되는 곳에서 잘 자란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보성 지역은 강수량은 부족하지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에 따뜻한 해풍이 불고 기후 변화가 뚜렷해 차나무 생장에 좋다.
이 같은 자연조건을 살려 보성군은 1963년 차밭 일대를 관광농원으로 지정하고 차 산지 일번지로 육성하고 있다. 또한 보성군은 보성녹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남도 농업기술원 차 시험장을 건립해 국내 최초의 고유품종인 ‘보향(寶香)’과 ‘명선(茗仙)’, ‘참녹’ 등 3개 품종의 개발에 성공해 관심을 끌었다.
보성차의 가장 큰 특징은 기계화 설비를 이용한 대량 생산을 들 수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대한다업(061-852-2593)과 동양다원(061-852-2255), 봇재다원(061- 853-1117) 등 대형 차밭은 자동화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 체제 구축으로 값싸고 품질 좋은 차를 대량 생산·보급하고 있다. 최고급차가 6~7만원 선이고 상품(上品)은 4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