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해 2002년 여름을 달군 감동이 다시 찾아왔다. 티베트 고원을 배경으로 축구 열기를 다룬 영화 'The Cup'의 감독이자 티베트 종교지도자인 키엔체 노르부(Khyentse Norbu)가 새 작품을 선보인 것. 키엔체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여행자들과 마술사들(Travellers and Magicians)'가 최근 시작된 마이애미 국제영화제(Miami International Flim Festival)에서 1월 31일 공식 상영됐다고 마이애미 헤럴드가 보도했다.
라마인 키엔체 노르부는 일곱 살이 되던 해에 19세기 위대한 종교 개혁가이면서 성인인 잠양 키엔체 왕포(Jamyang Khyentse wangpo)의 화신으로 추대됐다. 이후 그는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가쵸의 지도 아래서 불교 수행을 공부했다.
61년생인 키엔체 감독은 98년 런던 스쿨(London's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서 공부할 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을 만나 그의 영화의 'Little Buddha'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베르톨루치와의 활동 결과, 키엔체 감독은 그의 영화 자금줄을 발견했고 그것은 실제 사실에 기초한 영화 'The Cup'의 탄생 계기가 됐다. 'The Cup'은 축구의 마력에 사로잡힌 젊은 티베트 스님이 천신만고 끝에 위성 안테나를 통해 중계되는 프랑스와 브라질의 1998년 월드컵 결승을 시청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부탄에는 현재 영화 배우로 활동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는 실제 스님들을 배우로 기용했다. 이 영화는 고도의 신사실주의적 관점에서 동서양 문화의 충돌을 다루고 있으며, 1999년 칸느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40여 개국에 상영됐다.
키엔체 감독은 영화의 성공에 놀랐을까?
키엔체 감독은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게 놀라울 뿐이죠. 나는 영화제작을 위한 아무런 조건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게 중요한 세계 영화제에 초청 상연됐다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의 영화가 서양인들이 가진 티베트 스님에 대한 미신을 깨는 것에 기여했다는 점에 만족스러워했다.
불교 설화에 기초한 그의 최근작 '여행자들과 마술사들'은 좀더 철학적이며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다. "영화 속에 깊은 종교적 가르침이 있지는 않지만 나는 삶과 연관된 것들에서 항상 배우려 한다"고 키엔체 감독은 말했다. 영화는 부탄의 수도인 심푸(Thimpu)에서 촬영됐으며 베니스, 토론토, 사웅 파울로, 런던 영화제는 물론 로스엔젤리스 불교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부탄에서 태어난 청년이 포도 농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간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뉴욕=강유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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