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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피어난 ‘삼보일배’
세계 습지의 날 맞아 전세계 6개국에서 동참
시작은 작은 몸짓에 불과했다. 지난해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 네 명의 성직자들이 전북 부안 해창갯벌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했을 때, 그 누구도 그렇게 큰 울림을 남길지 가늠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기참회의 오체투지는 종교와 지역, 국가의 경계를 훌쩍 넘겨 버렸다. 올해 세계습지의 날(2월 2일)을 기념해 전세계 6개국에서 새만금 갯벌 보전 삼보일배가 진행된 것이다.

수경ㆍ도법 스님을 비롯해 이선종 교무,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국 마용운 부장, 창녕환경운동연합 김수경 기획팀장 등은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영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영국 프라이어리스쿨 ‘에코-프라이어(Eco-prior)'라는 청소년 동아리에서 세계습지의 날을 기념해 새만금 갯벌과 습지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자신들의 용돈을 모아 수경 스님을 직접 초청하는 행사를 기획하면서 이뤄졌다.

1월 31일 새만금 갯벌과 비슷한 형태의 넓은 갯벌이 형성돼 있는 습지인 영국 스네티샴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oyal Society for Protection of Birds, 이하 RSPB) 자연보호습지에서 삼보일배 행사가 개최됐다. 30일부터 내린 비와 강한 바람 때문에 참석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국제조류보호연맹, RSPB, 야생조류습지트러스트(Wildfowl&Wetland Trust, 이하 WWT) 등 습지와 철새 보전운동을 하고 있는 9명의 영국인 습지보전운동가들이 참가했다. 에코프라이어 학생들도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학교 수업과 장거리 이동의 어려움으로 아쉽게도 참여할 수 없었다.

행사는 삼보일배의 정신인 ‘인간의 탐욕, 분노, 어리석음 3가지 마음의 독을 버리고, 자연 앞에서 겸손하게 모든 생명들을 경외하는 다짐’을 설명한 후, 스네티샴 해변에서 수경 스님과 도법 스님이 앞장서고 영국 습지보전운동가들이 뒤를 잇는 형태로 진행됐다.

200여 미터의 짧은 거리이지만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을 하는 행위는 모든 참석자들에게 스스로의 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다시 한번 자연 앞에서 겸손하게 지구상의 죽어가는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케 했다.

이에 앞서 28일에는 WWT 슬림브릿지 습지 센터를 방문했다. WWT는 1945년 피터 스콧이 철새 보호를 위해 만든 곳으로, 100여명의 직원 및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우포늪 생태공원사업, 주남저수지, 낙동강 하구 생태공원 조성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을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참고해 실수를 줄일 수 있길 바란다. 물론 한국 사회의 특성에 맞게 적절히 변형해야겠지만 분명히 얻을 수 있는 교훈들이 있을 것이다.

WWT에서는 강화도 갯벌 센터 건립을 위해 오는 5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환경운동연합도 4월 WWT 방문계획을 가지고 있다.

29일에는 방문단을 초청한 프라이어 스쿨을 방문해 에코-프라이어 그룹과 만났다. 에코 프라이어는 새만금 갯벌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넓적부리도요, 쇠청다리도요 등을 보호하기 위해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서명운동을 펼쳐 4천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 와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사는 귀한 생명체들을 위해 정성을 모은 아이들의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30일에는 RSPB를 방문했다. 그라함 인 사무총장과 새만금 갯벌보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국제적인 연대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 측 참가자들은 새만금 갯벌을 온전히 보전할 수 없다면 그 대안으로 갯벌매립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며, 해수를 유통시키고, 생태관광지로 개발해 경제성을 높이는 안을 제안했다.

장소를 옮겨 국제조류보호연맹(Birdlife international) 본부를 방문해 마이크 랜즈 박사와 면담을 했다. 마이크 랜즈 박사는 해수유통안에 대해 “석호형태의 습지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새만금 갯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습지에 의존해 살아온 여러 멸종위기 조류들이 더 이상 이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도법 스님은 “방조제를 다시 걷어낸다는 것이 상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정치ㆍ경제적 문제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현 시점에서 현실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월 1일 RSPB에서 관리하는 오우즈 와쉬즈 라는 습지를 방문했다. 하천 배후 습지를 잘 관리해 인근 농경지의 침수를 막고, 야생동물을 보전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관리되는 습지였다. 자연과 인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영국인들의 가치관을 읽을 수 있는 장소였다.

2일은 주 영국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세계 습지보전운동가와 에코-프라이어 학생들이 보내온 새만금 갯벌보전을 위한 청원 이메일을 전달하고, 한국 정부에 해수유통안을 강력하게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같은 날 런던 도심 가운데 식수공급 저수지였던 곳을 자연 습지로 복원해 시민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WWT 런던습지센터 방문도 방문했다. 환경파괴를 통해 얻은 영국인들의 교훈을 우리나라 개발론자들에게 전해줄 방법은 없을까?

영국=김수경 창녕환경운동연합 기획팀장
2004-02-06 오전 8: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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