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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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논강] 승가 양성 평등을 논한다
2004년은 팔경법(八經法)이라는 '유리벽'을 뛰어넘어 승가의 양성평등을 논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5, 6월 각각 열리는 '한국 비구니 국제학술대회'와 '세계 여성 불자 대회'가 그 준비에 한창이고, 조계종에서는 비구니부 신설문제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2월 16일 실상사에서 열리는 제9회 선우논강(대표 철오)에서는 바람직한 비구·비구니 승단의 관계를 정립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날 선우논강에서는 도법 스님(전 실상사 주지)의 기조강연에 이어 법인 스님(대흥사 수련원장)이 주제발표를, 혜능 스님(해인사 율원장), 진오 스님(구미 대둔사 주지)이 논평에 나선다.

법인 스님은 미리 배포한 발제문 '초기불교 이부중과 바람직한 오늘의 승가상'에서 "오늘날 바람직한 비구·비구니 관계 정립과 승가상을 세우기 위해 여인오장설, 정법 감소설, 여인불성불설, 팔경법 등 갈등과 반목을 일으키는 관념과 법·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헌=완전무결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엄정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이를 점검하라고 지적한다. 법인 스님은 그 이유로 "아무리 부처님의 말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과감히 버리고 받아들이지 말라고 가르쳤다"며 "부처님도 그 시대의 사회 환경을 참조해 설법했으며, 직계 제자와 후대 제자들 간에 달랐던 의견이 후대에 경과 율장에 삽입됐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법인 스님은 법설초일명삼매경(法說超日明三昧經)에 나타난 여인오장설의 구체적인 모순점을 들며 "도저히 부처님의 친설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부처님의 기본 교설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 스님은 "사무량심(四無量心), 사선(四禪), 십선(十善)은 재가신도도 누구나 수행하면 이룰 수 있는 경지임에도 비구니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며, 여성은 신구의삼업(身口意三業)이 다르다는 편견적 발상은 무아, 연기, 중도의 법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출가를 허락해 정법이 오백년 감소했다는 주장은 불교가 배격하는 결정론적 사고방식"이라며 "부처님 재세시 숙명론과 신화론 등 결정론적 사상을 배격하고 무아와 연기를 말씀하신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뒷받침했다.

불가의 여성차별을 논할 때 특히 문제가 되는 팔경법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해주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교수)과 세등 스님(운문사 승가대학 강사)의 논지를 비교하며, "팔경법이 부처님에 의해 일부 만들어지고, 일부는 역사적 과정에서 후대에 첨가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팔경법의 조항들이 시대 상황과 법 정신에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승가의 위계는 출가한 연령으로 확립되며, 깨달음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비구·비구니의 상하 위계문제는 당대에도 명백한 불평등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의 친설이라면 당시의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서 비구니를 보호하고 비구니 승가를 유지, 전승하기 위한 임시적이고 특수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 | e_exist@buddhapia.com
2004-02-05 오후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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