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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 정보사회의 청개구리들
청개구리 우화가 있다. 청개구리는 언제나 엄마의 말과는 정반대로 행동하여 엄마의 마음을 무진장 아프게 하였다. 엄마 개구리가 임종을 앞두고 자식의 이런 마음을 꿰뚫고 자신의 시신을 강에 묻어달라고 하자 그때서야 아기 청개구리는 자신의 불효를 깨닫고 엄마 말에 순종하였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비만 오면 청개구리는 슬피운다고 한다. 이 우화를 통해 우리는 참된 효도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하지만 청개구리 우화를 현대인들은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왜 청개구리는 엄마의 말과 반대로 행동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청개구리는 자신이 엄마와 다른 존재임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다름, 즉 개성은 표현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얼짱 혹은 몸짱 신드롬 역시 개성의 한 표현이다.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갖고 싶은 것은 비단 여자들만의 본능이 아니라 남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과 몸매를 아름답게 그리고 개성있게 가꾸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마음과 노력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문제는 얼굴이나 몸매 등 외적 아름다움과 개성의 추구로 인해 정작 소중한 내적 미와 개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외모 지상주의로 또 하나의 물질주의라 아니 할 수 없다.

얼굴이나 몸매의 아름다움 추구는 그래도 하나의 문화 코드로 봐 줄 수 있다. 대인관계나 자신의 행복추구에 있어서 얼굴이나 몸매도 중요한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즈음 20대 여성 특수강도 수배자에 대한 인터넷 카페 열풍은 단순히 하나의 문화 코드로 해석하기에는 왠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바로 얼짱이나 몸짱이라고 해서 그의 행동이나 말이 모두 도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얼굴이 예쁘다는 사실과 도덕적 범죄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이 나의 선택과 무관하듯이, 나의 얼굴이나 몸 역시 내가 선택한 것이 결코 아니다. 내가 선택하지 아니한 자연에 대해서는 미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나 도덕적 평가를 내릴 수 없다. 도덕적 평가는 언제나 인간의 자율적인 행위나 그 결과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얼짱이나 몸짱은 결코 도덕적 미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하나의 자연적 운일 따름이다. 이것을 혼동하여 얼굴이 예쁘다고 특수 강도를 저지른 범죄자마저 도덕적으로 미화한다면 이는 분명 가치관의 전도라 아니 할 수 없다. 얼짱이나 몸짱 신드롬 이면에는 얼굴이나 몸매가 아름답지 못한 자에 대한 도덕적 경멸이 숨겨져 있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몸이나 얼굴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성형외과를 찾고 있지 않는가?

흔히 정보를 홍수에 비유한다. 홍수가 나면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은 물론이거니와 건물이나 사람까지 그 희생물이 되고 만다. 뿌리가 튼튼해야 홍수를 이길 수 있다. 첨단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은 바로 우리를 정보의 홍수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그래서 그 홍수의 물결이 흐르는 데로 우리는 흘러가고 있다. 도덕과 예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의 가치관마저도 얼짱과 몸짱 신드롬에 뿌리 채 뽑혀지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의 바다에 표류하다가는 동방예의지국이 ‘동방예외지국’으로 전락할 지 모른다.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바로 도덕과 예의를 숭상하는 아름다운 가치관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다. 우리는 정보를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도덕과 예의를 먹고 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김상득/전북대 윤리학 교수
2004-02-05 오전 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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