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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축년(1877, 고종 14) 중앙절에 문생 허련 소치 삼가 쓰다.-
추사체(秋史體). 모든 선입관을 놓고 무심한 마음으로 바라봤을 때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서체. 세예를 예술적 경지로 전환시켜 미도합일(美道合一)의 경지에 올려놓은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서예세계 ‘추사체의 진수-과천시절 추사글씨 탁본전’과천시와 한국미술연구소 공동주최로 2월 4일부터 18일까지 과천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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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판전은 추사가 자신이 쓴 편액 중에 스스로 괜찮다고 평했을 만큼 말년 추사의 서예관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동자체(童子體)라고 불리기도 하는 판전은 글자형태 파괴나 서체에 기교를 부리지 않아 소박한 맛이지만, 그 안에서 힘을 느낄 수 있는 고졸(古拙)한 작품이다.
대흥사의 ‘소영은’과 통도사 ‘성담상게’ 등은 일반인에게는 처음으로 공개돼 그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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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통도사의 ‘성담상게’와 ‘노곡소축’ 등은 19세기 통도사에서 이름이 떨친 대강백 성담(聖潭) 의전 스님(儀典, 생몰연대 미상)과 노곡이라는 스님과의 친분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당시 추사가 유림 등의 사대부는 물론 불교계와도 밀접한 교분을 맺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추사는 평생 교분을 가진 초의 스님(意恂, 1786~1866 다도 중흥시킴)을 위해 대흥사 노전(爐殿)현판 일로향실(一爐香室)과 동국선원(東國禪院)을, 은해사 말사 백흥암에는 산해숭심(山海崇深)을, 추사 집안의 원찰인 화암사에는 무량수각(無量壽閣)을, 쌍계사 중국 육조대사 혜능 진영탑 전각 위에는 세계일화(世界一花) 등 수 많은 현판을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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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서예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고려대 보건대학 김영환 명예교수는 추사가 글씨로 세상에 많이 알려져서 알지 못할 뿐, 원래 서예보다 금석학, 불교학, 경학(經學) 등의 학문에 더 조예가 깊었다고 말한다. 특히 불교학에 능통했고 초의·의전 스님 등 여러 고승들과 친분이 두터워 사찰에 많은 글씨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서예가들 역시 추사의 현판작품들을 추산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현재 확인되는 추사 현판 중 절반가량이 사찰의 현판이라고 말한다.
한국미술연구소 홍선표 소장은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추사 말년의 작품들로 추사체 특유의 졸박기고(拙朴奇古의)한 파격적 조형미와 구성미에 의한 시각적 자극이 본성과 잘 조화된 작품들”이라며 “각 사찰마다 찾아다니며 추사글씨를 접하기 힘든 만큼 이번 탁본전시회는 추사의 예술관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3677-2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