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집이나 막 인테리어 공사를 끝난 건물에 들어가면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르며 목을 칼칼하게 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새 건물이니 당연하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 경험이 사실은 심각해 질 경우 ‘화학물질과민증(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MSC)’까지 일으킬 수 있는 새집 증후군이라는 것.
새집 증후군은 이미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1990년대부터 5대 환경문제로 부각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뒤늦게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5월 30일부터 환경부가 인체에 유해한 오염물질이 방출되는 자재를 마감재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입주직전부터 실내공기의 질을 유지하도록 ‘다중 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 질 관리법’을 시행하기로 하는 등 새집 증후군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새집 증후군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 새집 증후군이란?
새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 SHS)은 건물에 쓰인 자재나 페인트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포름알데히드(HSHO) 등의 화학물질이 사람에게 두통, 알레르기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생활공해이다. 특별한 질병이 없던 사람이 새집이나 수리한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두통, 아토피성 피부염, 호흡곤란, 피로, 천식, 비염, 천식 등을 앓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새집에서는 특히 시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가 위험요소다. 새로 지은 콘크리트 건물에서는 눈이 따가우며 코가 맵고 목이 칼칼해 지는데 이는 암모니아 가스가 눈, 코, 인후의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건축자재 뿐 아니라 가구, 싱크대, 벽지, 타일, 장판, 천장 등의 마감재와 단열재에는 발암물질인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다량 포함돼 있다. 시공과정에서 사용된 접착제, 페인트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지속적으로 흡입하면 소화기, 신경계, 호흡기 장애는 물론이고 간이나 신장 등에도 장애를 일으킬 만큼 위험하다.
△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새집 증후군 예방법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장 신동천 교수는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일반 가정에서는 적절한 환기와 불필요한 화학물질 생활용품의 사용을 줄이면 충분히 예방가능하다”라고 말한다.
환기는 하루에 두 번 오전 10시 이후, 오후 9시 이전에 주로 낮 시간대에 하는 것이 좋다.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밤에는 외부의 오염된 공기로 인해 제대로 된 환기가 어려우니 피하는 것이 좋다. 실내공기와 외부공기를 완전히 바꾸도록 베란다의 창문과 반대편의 창문을 최소한 10분 정도 열어놓는다. 평소에도 창문을 약간 열어 외부 공기가 계속 들어오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가스사용이 잦은 주방이나 다용도실의 창문을 열어두도록 한다.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밀폐된 공간에서는 두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환기는 필수적이다.
온도와 습도도 중요하다. 코, 눈, 목 등의 점막이 자극돼 따가움을 유발하는 증상은 온도가 높을수록, 습도가 낮을수록 심해지기 때문. 실내온도는 18~22도, 습도는 55% 전후가 적당하다. 겨울에는 조금 춥게 느껴질 수 있는 온도로 실내에서도 스웨터를 걸쳐 입을 정도가 적당하다.
새 건물에 입주하거나 새로 인테리어를 한 집은 이사 가기 전 2~3일 동안 고온 난방해 벽지, 바닥재, 가구 등에 배어있는 휘발성 화학물질이 날아가도록 한다.
황야자나무, 접란, 파키라, 네프로레피스, 스파티필럼, 벤자민고무나무, 디펜바티키아, 산세베리아, 관음죽, 잉글리쉬 아이비, 보스턴 고사리 등 공기정화에 효과적이거나 잎이 큰 식물을 실내에 들여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물이 잎 뒷면 기공을 통해 공기 속 오염물질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전체 집 면적의 3~10% 정도 배치하면 충분히 공기정화 효과를 볼 수 있다.
<새집 증후군 예방법>
실내온도
18~22도 유지
습도
55~60%, 빨래는 적당히 널 것
환기
하루 2번 10분 이상. 오전 10시 이후, 낮 시간대, 오후 9시 이전
화분
황야자, 대나무야자, 접란, 관음죽, 잉글리쉬 아이비, 보스턴 고사리, 파키라 등 공기정화에 강하고 잎이 넓은 식물
기타
이사 전 2~3일 동안 고온 난방, 환기 필수
살충제, 방향제, 세정제 등 화학물질로 된 불필요한 생활용품 사용 줄이기
△ 대안 건축이 뜨고 있다 -목조가옥, 흙집 등
새집 증후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자연친화적인 집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새집 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석유화학 자재를 피하려 하다보니 주로 목조, 흙 등 자연친화적 재료로 된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벽, 마루, 골조 등 집의 주요부분이 나무로 이뤄진 목조 가옥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목재는 단열효과가 뛰어나 수분보유 능력이 일반 콘크리트 건물 보다 10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3~4년 전 귀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안 가옥으로 떠오르던 흙집도 새집 증후군의 등장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흙집은 우리나라의 풍토에 알맞고 환경친화적인 건축자재로 지어졌다고 평가받는다.
또 바깥의 열기나 냉기가 내벽에 영향을 직접 미치지 않아 난방과 단열의 효과가 뛰어나며 공기를 흡수, 방출하는 기능을 지녀 실내습도 조절에도 탁월하다.
목천 흙집연구소의 신영자 부원장은 “흙집은 집을 지을 때 최대한 공해 없는 자연재료로만 지어 흔히 알려진 황토방과는 차별된다”며 “벽전체가 흙으로 둘러 쌓여 집 전체가 숨을 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년 전부터 흙집을 짓기 시작해 얼마 전 입주한 김형택 씨(60)도 “흙집은 심리적인 안정 뿐 아니라 생리적인 안정도 느낄 수 있다”며 “아파트 생활을 하다 흙집에서 생활하니 일상의 가벼운 근육통도 줄어들고 몸으로 느끼는 기운이 사뭇 다르다”고 흙집 체험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