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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가 풀이한 "아함경"
지난 2월 2일 서울 삼성동 ‘李종합법률사무소’에서 만난 이상규 변호사는 “진솔하고 담백한 <아함경>을 조용한 곳에서 읽다보면 부처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사진=고영배 기자
“요즘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물질문명에 찌들려 살아가는 시대에는 초심(初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에만 반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꾸밈없고 진솔한 부처님 원래의 가르침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아함경>을 우리말로 풀이한 <전해오는 부처의 가르침> 1, 2권을 펴낸 이상규 변호사(71, 李종합법률사무소 대표). 이 대표는 1952년 스무 살의 나이로 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법제처 법제관과 문교부 차관, 고려대 교수 등을 역임하며 법조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 그가 회갑을 넘기면서 ‘세속의 법’에서 ‘부처님 법’으로 관심을 옮겼고, 최근 6권에 달하는 <아함경>의 번역을 마친 것이다.

“10여년 전만해도 초기경전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번역되어 나온 책도 많지 않았지요. 그러다보니 제가 공부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개선하고 경전이 주는 감동을 전하고 싶어 <아함경>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많은 분들이 <아함경>의 참뜻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내는 만용을 부리게 됐습니다.”

그는 <아함경>을 번역하는데 있어 빨리어본이 아닌 한역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이중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한역본을 저본으로 택한 이유는 ‘한역경전의 위상과 중요성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다.

“남방불교를 주로 받아들이고 연구해 온 서양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한역경전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스승들이 엮어 놓은 한역경전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번 책에서는 <아함경>에 실린 2천여 개가 넘는 설법 중 중복되는 것과 후대에 덧붙여진 것은 생략했다. 또 경전을 설법의 크기만으로 분류해 놓아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기 어려웠던 경험에 비추어 전체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색인을 마련했다. ‘아마추어’인 자신의 번역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역 원문도 실었다. 법조인 시절 <신행정법론>과 <환경법론> 등 12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었지만, 경전을 번역하는 작업은 녹록치 않았다.

“세속의 법에 대해 쓸 때는 그 분야의 프로로서 자신감도 있었고, 실수가 있더라도 나 혼자만의 책임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법에 대해 쓸 때는 나 자신이 아마추어잖아요. 혹시 오류가 있다면 부처님 가르침을 잘못 전하는 죄를 짓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원고를 몇 번이나 다시 읽고 다듬게 되었습니다.”

19살 무렵, 법서(法書)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눈에 띈 <반야심경 강의>란 책을 몇 번이고 읽은 후 “언제가 나도 이런 책을 번역해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이 대표. 그는 이 다짐을 50여 년을 훌쩍 넘긴 지금 이뤄냈다.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회장과 환경법학회 명예회장,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연수원장 등을 맡아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아함경>의 대표적인 경을 한 권으로 묶은 <아함경의 세상>(가제)을 펴내고 싶다고 한다. 한역경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서양인들을 위한 영문판도 낼 계획이다.

책의 판매 수익금은 자신의 회갑과 고희 잔치를 여는 대신 찾아가곤 했던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에 기탁하기로 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2-04 오전 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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