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 종합 > 해외불교
참선 수행에 종교 장벽 있나요
'Endless chanting.' 자비심을 기르기 위한 관음정근 중인 수련 참가자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로 사방이 얼어붙은 듯 고요한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덴스 젠센터(선원장 대광)의 아침. 오전 4시 45분 새벽 예불(Morning Bell Chanting)의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회색 적삼을 차려 입은 미국인 불자들이 조용히 법당인 달마룸에 모여들었다.

영문 사홍서원과 108배, 잠시 숨을 돌린 후 지심귀명례, 천수경, 신묘장구대다라니, 반야심경 봉독이 이어지고 불자들은 영문 반야심경을 읽으며 새벽 예불의 의미를 되새긴다.

“Avalokitesvara Bodhisattva when deeply practicing the Prajna Paramita….”

30여 분의 좌선이 끝나자 어느새 1월 17일의 아침이 선연하게 밝아온다. 오늘은 한국 불교 참선 수행을 경험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30여 명 기독교인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하루 동안의 고요함 속에서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한 것이다.

“명상에 특별한 방법이 있냐고요?”
대광 스님이 바닥을 내려친다. 쿵!
“지금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나요? 그쪽에 앉으신 분 이 소리를 듣기 위해 얼마나 연습이 필요하죠?”(웃음)
“참선에는 기교나 방법이 없어요. 바로 지금 여기에 앉아서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게 명상이죠. 이제 시작해 보세요.”

75년 켄터키 대학 교수 시절 숭산 스님을 만난 인연으로 87년 출가한 대광 스님. 그리고 메샤츄세츠 주에서 온 케빈 헌터 신부. 두 성직자는 17일 종교인들이 함께 하는 ‘크리스챤 부디스티 수련회(Christian Buddhist retreat)’를 열었다. 수련은 오전 오후로 나뉘어져, 20분 좌선과 10분 경행으로 진행됐다. 휴식 시간을 이용, 불교와 선(禪)에 대해 문답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참석자들은 좌복 위에 가부좌를 틀고 두 손을 단전에 모은 채 자기 안으로 빠져 들어갔다. 20분의 참선이 끝나면 경행을 하고, 경행이 끝나면 좌선이 이어진다. 자기 안에 무엇을 찾는 모습에서 생사 문제의 답을 구하는 수행자의 의지까지 묻어난다.

“미국인들은 쇼핑몰에서 잡지 하나를 집어들 듯 너무 쉬운 길을 찾습니다. 그러나 참선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명상의 바늘구멍에 실을 꿰었습니다. 타이거 우즈도 처음부터 공을 멀리 날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연습, 연습, 연습하는 거예요.”

케빈 신부가 미국적 생활 방식이 익숙한 사람들은 명상이 쉽지 않을 거라고 지적한다.

명상이 세 시간, 네 시간째 이어진다. 처음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20분간의 좌선도 쉽지 않다. 한 사람씩 합장 반배를 하고 일어나더니 사흘 전에 이곳에 와서 오늘 수련에 참석한 미셀도 힘든 표정을 짓는다. 불편한 듯 몇 번 자세를 바꾸더니 합장 반배를 하고 조용히 자리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녀는 "내 친구들이 명상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힘든 것을 직접 부딪히지 않고 피하려고만 했던 생각이 어리석었던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수련의 마지막은 염불 정근을 경험하는 시간. 대광 스님이 ‘관세음보살 정근 ’을 하자고 제안했다.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온갖 소리를 잘 듣는 보살이란 뜻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세상에서 들리는 고통의 소리를 들으며 자비심을 길렀습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목탁 소리에 리듬을 탄 관세음보살 정근. 세상의 소리를 듣는 30여 수련생들의 마음에는 장벽이 없었다. 불교와 기독교,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있었다.

조계종 원로의원 숭산 스님(화계사 조실)이 1972년 로드아일랜드 주에 세운 프로비덴스 젠센터는 세계 관음선종(Gwan Um School of Zen)의 중심 사찰이다. 대광 스님이 선원장격인 가이딩 티처, 종해 스님이 주지를 맡아 각종 수행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프로비덴스 젠센터는 매해 미국인 불자 중심의 동안거, 하안거 결제 수행, 이틀간 진행되는 용맹정진, 바쁜 도시인들을 위한 ‘마음(Heart) 결제’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결제에는 일주일 단위 입제가 가능하며 3개월 동안 진행된다. 아침, 저녁 예불에 참가하며 1박을 할 때마다 30 달러, 기타 수련에 참가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

프로비덴스=강유신 뉴욕특파원
2004-02-02 오전 9:39: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