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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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전하는 진리의 향기
문화현장 속의 비구니 스님들
‘문화’ 하면 왠지 비구니 스님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장르다. 속가처럼 남녀의 차별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 미술, 방송, 사찰음식, 꽃꽂이 등 ‘문화’ 란 키워드를 가지고 포교현장을 누비기엔 비구니 스님들이 감성적으로 유리한 면이 많다. 실제로 문화 현장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포교에 열중하는 비구니 스님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흩어져 있는 불교문화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불교예술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비구니 스님들이 문화포교의 현장에 있기에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는 불교계는 결코 두렵지 않다.

“미 도미 레도시도 파파파, 미도미 레도시도 레레레 ♬”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곧이어 약간은 걸쭉하지만 차분한 음성이 뒤를 잇는다. “안녕하세요 진명입니다. 오늘도 좋은날 되시길 바라면서…” 매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클래식을 통해 불교를 알리는 방송포교사 진명 스님. 8년 이상의 MC 경력자답게 이제는 전국 산사음악회의 단골 진행자로 손꼽힌다. 진명 스님의 출가이야기가 들어 있는 <출가>란 책에 보면 ‘출가를 극구 말렸던 스님의 아버지가 출가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를 타고 스님을 보러 절에 왔다가 누더기 승복을 입은 딸을 보고 산을 황망히 내려 갔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제는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다. 불교방송에서 7년째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인 ’거룩한 만남‘을 진행하고 있는 도현 스님(서울 상도동 정혜사 주지)도 방송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후원자와 후원금을 연결해 주는 등대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스님은 4년전 군법당 지원을 위한 자원봉사단체인 ‘군불사 디딤회’도 조직해 군포교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건강’이 현대인들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자 자극적인 오신채를 쓰지 않는 담백한 맛의 ‘사찰음식’이 부상하고 있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 20여년 이상을 사찰음식 연구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 온 선재 스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스님은 ‘수행하는 스님들을 위해 음식을 연구하는 것도 또 하나의 수행’이라는 생각에서 음식을 통해 포교를 시작했다. 1995년 불교TV ‘푸른 맛 푸른 요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찰음식을 선보인 이후 사찰음식은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스님은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2000년)이라는 사찰요리책을 펴냈고, 몇 차례의 전시회도 열었다. 또한 수원에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열어 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동국대 가정교육학과 대학원 겸임교수로 사찰음식의 의학적ㆍ철학적인 면도 조명하는 연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홍승 스님(포교원 포교연구실 사무국장)도 사찰음식 전문가다. 스님의 음식 키워드는 ‘퓨전 사찰음식’. 지난해 펴낸 <녹차와 채식>에서는 녹차와 사찰음식을 결합해 녹차의 효능과 색다른 맛을 한껏 살린 건강 사찰음식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산사음악회 섭외 1순위인 산사의 소프라노 정율 스님. 스님은 찬불가로 불음을 전하는 ‘음성포교사’다. “산사음악회가 절정을 이루는 9~10월은 공양도 제 때 못할 정도로 바쁩니다. 하지만 제 노래를 기다리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절로 힘이 납니다.”는 스님은 격주에 한 번씩 불교 TV에서 ‘오늘은 좋은 날’이라는 찬불가 교실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문사 승가대학과 대구 동명사 등에서도 불교음악 특강을 열고 있다. 16년 동안 음성포교에 매진해 온 정율 스님은 지난해 발표한 앨범의 제목 ‘노래로 하는 기도’처럼, 불자들이 기도하며 부르는 노래, 부르는 대로 곧 기도가 되는 노래를 위해 오늘도 목청을 돋운다.

1975년 영산재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 송암 스님이 보유자가 되면서 그 문하에서 영산재 의식절차를 전수받은 동희 스님(정릉 자인사 주지)이 이수자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 때 비구니는 계보에 없다는 이유 하나로 이수자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20년이나 지난 1995년 비로소 영산재 이수자가 됨으로써 동희 스님은 우리나라 첫 비구니 범패승으로서의 계보를 세우게 되었다. 스님은 1970년 초부터 스님들을 비롯하여 일반 대중을 위해서도 범패를 가르쳐 왔으며, 현재는 영산재보존회 부설 범음대학 교수로, 서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그리고 예술종합대학과 운문승가대학에서 범패와 작법을 지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국대 경주캠퍼스 강사인 현수 스님과 현준 스님이 영산재 이수자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배낭 하나 달랑메고 떠났던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10년만에 돌아와 지난해 불화전을 연 귀산스님. 스승인 ‘상계예시’ 스님을 소개받고 다람살라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즐거워서 시작한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우선 방문에 글씨를 써 붙였다.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 선정에 들었다. 탱화를 그린 후 다람살라 왕궁에서 1년에 한번씩 하는 점안식에도 참여했다.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자 ‘수행과 불화 그리기는 하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0년이 흘렀다. 지난해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칼라챠크라 만다라’, ‘석채’와 ‘분채’를 번갈아 사용한 ‘바르도의 오 여래’ ‘4비 관세음보살’ 등 40여점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수증 스님(금화사 주지)은 연꽃이 갖는 의미를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어 15년 동안 연꽃 그리기에 매진해 왔다. 진흙 속에 피어난 연꽃을 보며 수행의 거울로 삼는다는 수증스님은 한지에 수묵담채를 이용해 연꽃을 표현한다. 스님은 그동안 5백여명에게 연꽃 그림을 보시해 왔다.

경기도 이천의 토굴에서 수행하며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선도예가 보광 스님. 도자기에 즐겨 달마선사의 다양한 모습과 산사의 풍경을 새겨 넣는다.

불교꽃꽂이계의 개척자. 지연·정명·보명 스님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꽃꽂이라는 개념조차 모호했던 70~80년대 당시 이 세 비구니 스님들은 꽃꽂이를 연구ㆍ응용하며 패션과 연꽃등과 같은 다른 장르와도 새로운 접목을 시도 했다. 지연 스님(보림 꽃예술중앙회 회장)은 꽃과의 인연을 이렇게 회상한다.

“일찍이 부처님을 모시고 살면서 꽃과 나무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위를 들고 자르는 시늉을 냈을 정도니까요.”

정명 스님(연화플라워 회장)도 동네 약국에 놓인 꽃꽂이를 보고 당장 꽃을 사서 따라해보는 열의를 보였다. 보명 스님(연화꽃꽂이연합회 회장) 역시 불상 앞에 마구잡이로 놓여지는 꽃이 죄스러워 전문 꽃꽂이 교육을 받았다. 이 세 스님은 국내 불교꽃꽂이학을 정립하고도 모자라 불교꽃꽂이 문화가 융성한 일본 등지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꽃꽂이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특히 정명 스님은 호주·네덜란드·프랑스 등 화훼산업이 발달한 유럽을 직접 찾아다니며 동·서양의 꽃꽂이 문화를 접목시키는데 열심이다.

후학 양성이 시급하다는 보명 스님의 말처럼 불교꽃꽂이는 마땅히 배울 곳도 배울 스승도 흔치 않은 게 사실. 그래서 이들 스님들은 불교계 방송을 비롯한 운문사 승가대학과 삼선승가대학 등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4-02-02 오전 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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