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스님 10명 중 8명은 승가복식 전반에 걸친 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법계에 따라 의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님은 55.6%로, 찬성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조계종 법계위원회 산하 의제실무연구회(의장 종진)와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법선)가 ‘본말사 주지 연수 대상자 및 선원ㆍ강원 대중’ 1,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승가복식 통일을 위한 설문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사 결과 대부분 스님들은 현재의 비통일적 복식 규정과 착용 원칙으로 승가의 정체성이 훼손될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승가복식 전반에 걸친 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10명 중 8명(80.5%)이 원칙 수립에 공감(46.6%)하거나 적극 공감한다(33.9%)고 밝혔다. 46.7%가 ‘청정하고 검소한 승가복식의 정신이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에 공감한다고 밝혔고, ‘너무 문란해 통일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3.8%였다. 이러한 의식은 승가복식 제정을 통해 개선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37.0%의 응답자가 ‘비통일적인 규정 및 착용 원칙’을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계에 따라 의제를 구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55.6%만이 공감(적극 공감 21.8%, 공감 29.3%)한다고 밝혔다. 반대한다는 응답자도 44.4%(적극 반대 15.1%, 반대 29.3%)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계에 따른 의제 구분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법랍이 높아질수록 법계에 따른 의제 구분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미ㆍ사미니의 찬성 비율이 30%였는데 비해 비구ㆍ비구니는 65%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또한 법랍 20년 이상인 경우는 약 80%가 찬성하는 반면 법랍 10~19년에서는 찬성률이 66.7%로 낮아졌고, 법랍 9년 미만은 찬성률이 35.2%에 불과했다.
조계종의 승가복식이 다른 종단이나 무적승과 구별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78%의 스님들이 구별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계종 고유의 승가복식 제정에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63.1%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변별성을 높이기 위해 조계종 상징 마크나 표식을 복식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한 스님은 63.6%에 그쳤다.
한편 조계종 스님들은 대다수가 종단에서 가사를 제작하여 법계 품서식 때 일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79.2%의 스님이 이런 의견을 밝혔고, ‘지침서대로 제작된 것을 승복점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방식을 택한 스님은 20.8%였다. 또 87.8%의 스님이 가사ㆍ장삼의 여법한 제작 및 전통적인 제작 수법의 전수를 위해 제작 지침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복을 어떻게 규정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서는 가사와 장삼을 법복으로 하자는 응답자가 44.4%로 가장 많았으나 ‘가사+장삼+일상복’(25.6%)이나 ‘가사+장삼+일상복+외출복’(21.9%)도 많았다. 가사, 장삼뿐 아니라 일상복까지 법복으로 규정하자는 의견이 상당수인 것은 스님들이 평소 입고 다니는 일상복이 단순한 복장이 아니라 스님들의 위의를 갖추는 법의라는 데로까지 의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