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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장애아동 요양시설 상락원. 특별한 손님을 맞을 대형버스 2대가 벌써부터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대식구 80여 명이 떠나는 ‘겨울 나들이’. 잔뜩 신들이 나있다. 그동안 울타리 안에서만 24시간 갇혀 지내던 아이들이 큰 기지개를 켠다. 어제는 부모의 사랑을 받기도 전에 버려졌지만, 오늘만큼은 아니다. 답답한 방안을 벗어나 30명 넘는 아빠ㆍ엄마들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락원 얼짱’ 소정(8ㆍ정신지체1급)이는 한껏 뽐을 냈다. 웨이브 파마도 했고 나비 모양의 핀도 달았다. 자원봉사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V’자를 내어 보인다. 그리고는 어눌한 말로 “음, 나 예쁘지!”하고 피식 웃어댄다.
나들이 준비에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대식구가 한꺼번에 움직이다보니 챙겨야 할 것도 많다. 기저귀는 기본, 구급약, 간식과 점심 도시락, 젖병까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준비물에 담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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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훈이는 제가 중3때부터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마음을 안 열고 피하기만 했어요. 그러다 용훈 이가 재작년에 심장수술을 받기 전 날, 대뜸 ‘아빠’ 하더라고요. 그때서야 녀석이 마음을 열더군요. 보이기 싫어하던 수술자국도 선뜩 내보이고, 목욕도 같이 한답니다.”
3년 전, 용훈이는 이 씨와 자매결연을 맺고 ‘한 가족’이 됐다. 할머니와 엄마도 생겼다. 상락원에서 5년 넘게 자원봉사 활동을 벌여온 이 씨의 어머니 김은옥(49ㆍ법명 대명화) 보살과 지현(22ㆍ대전대 02학번) 씨가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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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남달랐어요. 녀석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어요. 지민 이가 첫 돌이었을 때, 큰 수술을 받았어요. 중환자실에서 누워있는 모습이 안쓰러웠지요. 어미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싶더군요.”
왁자지껄.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상락원 아이들과 하루 동안 부모로 나선 자원봉사자. 이야기는 어느새 서울 잠실벌 롯데월드로 이어졌다. 놀이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고개 짓이 바쁘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다. 제일 먼저 승태(10ㆍ정신지체2급) 이가 상락원 원장 지웅 스님의 손을 이끈다.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 족족 만지고 말을 건넨다. 인기몰이를 한 것은 공중전화기. 수화기를 들고 번호버튼을 눌러댄다. 그리고 중얼중얼….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누구에게 걸려고 한 전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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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나들이 행사가 마련된 이유. 지웅 스님은 아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또 아이들에게 정기적인 사회적응훈련의 기회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지하철 표도 끊어보고, 차례를 기다라며 줄도 서봐야 아이들이 앞으로 ‘홀로 서기’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지웅 스님의 생각이다.
나들이 행사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기구 타는 시간.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이 6개조로 나눠, 놀이시설로 흩어진다. 회전목마, 열기구, 접시 타기 등.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고려대 자원봉사모임 ‘참살이’ 회장 박영목(20ㆍ03학번) 군이 기남(5ㆍ정신지체1급) 이를 업고 놀이 기구로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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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풍물패 공연. 쩌렁쩌렁 울리는 태평소 소리에 북장단, 무용수의 손발 추임새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막대 사탕을 물고 있던 민경(9ㆍ정신지체1급) 이가 풍물패 중앙 무대를 점령하고, 소정 이가 노래를 부른다. ‘얼씨구~ 절씨구~’. 한바탕 치러지는 공연에 자빠지고 엎어져도 좋다고 난리들이다. 민경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흥에 겨워 넘어져 무릎도 까졌다. 그래도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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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락원은?
장애아동 86명의 보금자리 상락원. 중앙승가대학교 부설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이사장 종범)이 지난 98년 기원학사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장애아동요양시설이다. 대부분 무연고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정신지체, 뇌병변 등의 선천적인 장애를 앓고 있다. 현재 후원자 및 자매가정과 자매결연을 맺어주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절반이상이 따뜻한 인연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귀저기, 생활 필수품 등은 늘 부족하다.
후원계좌 외환은행 287-22-00424-0(예금주 상락원) (02)921-6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