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유산 사진 촬영에서 시디롬 사진 배열, 원고 작성까지 맡은 사람은 바로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43) 소장. 황 소장은 “세계는 우리 문화유산을 주목했지만, 우리는 정작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외국어로 번역한 홍보자료를 찾기 어려웠다”며 ‘안타까움’이 작업을 시작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작업은 민간단체인 한국민족음악인협회와 뜻있는 몇몇 전문가의 도움, 행정자치부의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기금으로 마무리했다.
‘5000년의 향기’는 황 소장이 세 번째로 만든 세계문화유산 시디롬이다. 기존에 나왔던 시디롬에 불어와 중국어를 추가해 영어, 일어, 한국어 등 5개국어 판을 포함했고, 7곳의 문화유산에 각 3분의 동영상과 총 200여장의 사진을 실어 내용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일종의 완결판이다.
황 소장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거나 어린이·청소년 교육에 사용해도 유용할 것”이라며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시디롬을 나눠줘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황 소장은 외국대사관·문화원, 해외공관원, 지역문화원, 관광공사 등에는 무료로 배포하고, 개인이나 단체, 학교 등에서 원할 때는 운송료(2500원)만 보내면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황 소장이 시디롬을 제작했다는 소식에 ‘?’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문화재 관련 세미나나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장에서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퍼붓는 시민운동가로서의 그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소장은 시민운동이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부나 학자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료를 모으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시민운동가가 할 수 있는 큰 일”이기 때문이란다.
1980년대 전형적인 운동권의 길을 걷다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돈버는 일에 전성기를 누렸던 황 소장은 10 여 년 전부터 시민운동가로 변신했다. 대목(大木) 신영훈 선생에게서 4년간 한옥구조이론은 배우고, 문화재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찾아다니며 문화유산을 즐겼다.
“얼마 전 도난당한 창녕 관룡사 석장승은 몇 개월 전에도 얼싸안고 인사하던 오랜 친구”라고 말하는 황 소장. 불자는 아니지만 종교를 초월해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그에게서는 언제나 젊은 열정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