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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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코드 ‘무협’ 게임으로 돌아오다
디오의 캐릭터 중 승려.
아직도 무협하면 쾌쾌한 냄새가 가득한 지하만화방을 떠올리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무림을 논할 자격이 없다. 아니면 절대강자를 꿈꾸는 중원인들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 간단한 초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련생에 불과할 뿐 아직 멀었다.

소림, 무당, 아미, 화산, 곤륜, 마교 등 무협전통계보와 김용, 와룡생 등 작가들의 이름들을 쭉 읊는 정도라면 딩동댕. 이 정도는 돼야 21세기 新강호를 휩쓸고 간 온라인·모바일혁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무협에 대한 기본상식으로 내공을 쌓은 후 21C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주목받는 무협게임의 세계로 입문하면 된다.

최근 게임업계의 최대 이슈는 불교의 108개 카르마(업)의 세계관을 다룬 3D 가상체험게임 ‘디오’이다.

디오는 불교에서 업보와 인연을 뜻하는 카르마를 108개의 대륙으로 표현, 대륙의 번뇌를 지닌 후예가 대륙에 흩어진 힘을 찾아 카르마를 벗어나는 게임이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세에 짊어질 운명을 만들면서 전생의 업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개개인의 번뇌를 카르마가 흡수해 디오라는 자아구축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카르마 속 수행인 ‘협행’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디오는 불교사상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무사, 승려, 자객, 도사 등 4가지 인물과 12개의 계열 직업을 선택하게 하고, 다양한 성장과 도·창·궁·조·화선 등의 무기를 별도 지원함으로써 무협액션게임의 묘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디오의 주인공 캐릭터들.
디오의 이런 노력은 지난 2001년 재미를 배재한 채 포교와 교육성만을 강조한 최초불교게임‘니르바나’의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 니르바나 전에도 ‘공작왕’‘탄트라’ ‘퇴마록’ 등이 불교소재와 재미를 접목시킨 게임으로 평가받았으나, 겉만 불교를 취했을 뿐 폭력과 선정성이 난무해 불교게임으로 보기 힘들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불교사상과 게임을 적절히 접목시켰다는 디오, 즉 무협게임이란 무엇인가.

작년 말 <무협소설 연구서>를 낸 전형준 교수(서울대 중문과)에 따르면 무협은 1910년대에 발생한 현대적 대중소설의 일종으로, 한국을 비롯한 중국·대만·홍콩 등지를 중심으로 소설과 함께 만화, 영화,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대중문화 장르로 나타나고 있는 신문화코드다. 앞서 디오에서 보듯 게임에 무협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무협이란 장르가 갖고 있는 성격 때문이다. 무협은 역사적 사실 속에 가공인물과 실존인물을 교묘히 혼재시켜 게임이 가진 허무주의에 실존주의적 성격을 보완한다. 이러한 무협 속 역사성과 초현실적 무공들은 21c를 맞아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최첨단 무기와 결합돼‘무협문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생성하고 있다.

게임전문잡지 PC Power Zine은 최근‘디오’와 ‘열혈강호’ 등 무협게임이 호기를 띠며 개발되는 이유를 판타지 온라인게임의 난립으로 인한 채산성 저하와 새로운 장르를 찾는 게이머들의 입맛충족에서 찾고 있다. 탄탄한 역사 스토리에 기반을 둔 무협게임들은 ‘롤플레잉’이라는 이야기 완성형태의 게임으로 약 70만명의 게이머들을 무림의 세계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월 16일~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오락기기전시회에 출시된 국내 무협게임이 중국인의 높은 반향을 일으키면서 중화권 수출의 호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열혈강호.
이미 단행본으로 3백만부 이상이 판매된 인기 무협만화 열혈강호는 3D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돼 1백 20만달러의 중국수출계약을 맺었다. 무협소설 구룡쟁패 역시 중화권 수출을 목표로 전통무협을 표방한 무협게임과 함께 모바일게임, 출판만화 등으로 준비 중이다.

디오의 개발실장 오용환 씨는“일반 패키지 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한다는 커뮤니티성, 즉 일상생활과 유사한 관계설정이 이뤄진다”며 “무협이 가진 인과(因果)와 명확한 선악의 논리는 유사한 역사적 배경과 정서를 가진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10대뿐 아니라 20~50대를 아우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양, 즉 2600여 역사의 불교사상으로 중무장된 무협게임은 기존 서양 중세의 판타지성이 주를 이루던 게임시장에 새로운 소재와 설화, 인물 등 풍부한 무공을 전파함으로써 국내 200여만명의 게이머들을‘新불교무림’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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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협을 말한다 - 국내 무림계보
독재정권, 시위. 화염병의 뿌연 연기로 잿빛 미래밖에 그릴 수 없었던 60년대. 시대는 암울했고 사회는 시민들에게 발전과 변화만을 강요했다. 이때 후미지고 비탈진 동내 어귀 만화방 한편에 뽀얀 먼지와 함께 내려앉은 무협소설. 정식계약이 아닌 해적판으로 출판되던 무협소설은 권선징악과 인과법에 따른 주인공들의 맹활약으로 사회에 대한 소시민들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다. 정식 라이센스를 타고는 70년대 초 대만작가 와룡생의 <옥차맹>이 <군협지>라는 이름으로 발간되면서 무협단행본 시장을 형성했다.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의 대중문화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영웅문> 등의 무협 수작들이 국내에 유입된 86년 이후 국내 무협시장은 일대 전환기를 맞이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주역 뎡샤오핑(鄧小平)이 “당신의 소설을 읽었으니 우리는 친구입니다”하고 친근감을 표현했던 김용의 <영웅문>은 무협소설의 최고봉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베이징대학의 정규교과로 채택,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2000년에는 베이징대학 주체로 김용 소설 국제연구토론회가 개최되기까지 했다.

<영웅문>은 중국내 1억만부 판매뿐 아니라 국내 무협소설 사상 최고의 판매부수인 3,000만부의 판매기염을 토해내며 지하만화방 속 무림을 밖으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했다. 이후 무협소설은 기존질서에 의심을 던지는 냉소와 비판의식에 동양의 선사상과 절묘하게 혼합하면서 중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계층의 고정 독자를 확보, 만화·영화·드라마 등으로 세력을 키워가며 21c 신무협 세계를 이끌고 있다.
김은경 기자 | ilpck@buddhapia.com
2004-01-29 오전 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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