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삶의 거울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지난해 12월 좌탈에 든 서옹 스님이 세인들의 가슴에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도 수행자로서의 스님의 생애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선보인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과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은 이처럼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지침서다.
달라이 라마의 조카이자 티베트 라마인 나왕 겔렉 린포체가 지은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은 우리가 죽음의 두려움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과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의 생사관에 따르면 인간의 존재 전체는 네 가지 상태, 즉 삶과 죽어가는 과정, 죽음, 죽음 이후 그리고 환생으로 나누어진다. 죽음이 삶과 반대되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일 따름인 것이다. 때문에 지은이는 책에서 죽음에 대비해서 해야 할 최선의 것은 인내와 자비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매일 실천한다면 죽음에 직면할 때 당황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나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죽음이란 우리가 한 차례의 삶에서 사용한 몸이 매번의 삶에 동반하는 마음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든 시간을 나의 분노와 집착 그리고 자아를 쉬게 하는데 쓰겠다고 결심해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 역시 이 책의 서문에서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 수록 임종시에 후회할 일은 그만큼 적어진다”며 “자비심을 계발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하는 기본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을 펴낸 오진탁 교수(한림대 철학과) 또한 “죽음에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올바르게 죽음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생사학(生死學)’을 연구하고 있는 오 교수는 “삶과 죽음 혹은 생성과 소멸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거대한 그물망 안에서 진행되는 영원한 변화의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학원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한 초등학생과 지하철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가위로 찔러 숨지게 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비롯해 안락사와 낙태, 자살, 사형, 에이즈 등 아홉 가지 주제의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죽음과 삶의 문제를 깊이 있게 살피고 있다.
그렇다면 오 교수가 말하는 ‘이상적인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어가는 사람은 대체로 여섯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그 첫 번째가 자신의 죽음을 부인(否認)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위 사람에게 화를 내는 단계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삶의 마무리’ 단계를 맞이합니다. 이어 우울의 단계를 지나 마침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에 이릅니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믿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새로운 ‘희망’을 품고 죽는 것이야 말로 ‘이상적인 죽음’이 아닐까요?”
죽음은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죽음 이후의 삶을 알고자 한다면 자신이 현재 행하는 행위를 면밀히 관찰하라’는 <티베트 사자의 서>의 가르침처럼, 죽음을 제대로 준비한다면 죽음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커다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은 ‘끝’이 아닌 ‘성장’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나왕 겔렉 린포체 지음, 정승석 옮김, 초당, 9천원)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오진탁 지음, 청림출판,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