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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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ㆍ연구가 수행' 평생 원력
후학양성 힘쓰는 비구니 스님들
14.9%. 전국 대학의 교수 중 여교수 비율이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그 어떤 터부에서도 자유로워야 할 학계에서조차 ‘남녀의 벽’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진리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그 벽을 깨고 활발한 학문 활동을 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있다. 바로 학계와 전통 강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한국불교의 100년 앞을 준비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이다.

●학계

비구 스님들도 별 차이는 없지만 비구니 스님들 역시 학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경주캠퍼스, 중앙승가대학교 정도가 이들 스님들의 주 활동무대. 현재 이들 3개 대학에서 불교학 관련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스님은 해주 계환 혜원(동국대 서울캠퍼스) 대원(〃 경주캠퍼스) 본각 혜도 능인(중앙승가대) 스님 등 모두 7명이다.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로 있는 해주 스님(화엄학 전공)은 대원 스님과 함께 최초의 ‘비구니 교수’로 알려져 있다. 두 스님은 90년 2학기 때 각각 서울캠퍼스와 경주캠퍼스 교수로 임용됐다. 해주 스님은 86년 동국대 선학과에서, 87년 중앙승가대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해 이 두 학교 ‘최초의 비구니 강사’ 기록도 함께 갖고 있다. 86년 경주캠퍼스에서 강사 생활의 첫 테이프를 끊은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중국선종사 전공)은 98년 박사학위를 받아 학계의 비구니 스님 가운데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 비구니 박사 1호’다. 해주, 혜원 스님이 순수 국내파라면 계환 스님(중국불교사 전공)은 대표적인 일본파 유학승. 일본 화원대를 졸업한 후 경도 불교대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승가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본각, 혜도, 능인 스님 역시 모두 일본에서 학위를 받은 해외파들이다. 본각 스님(화엄학 전공)이 일본 도쿄 입정대와 구택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능인 스님(아동복지학 전공)은 교토 불교대에서, 혜도 스님(노인복지학 전공)은 숙덕단기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최초의 비구니 교수’ 중 한 명인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원 스님(유아교육과정 전공)은 불교아동학 분야의 개척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숙명여대에서 ‘불교가 한국 전통 아동교육에 미친 영향’(1989년) ‘불전설화의 유아교육적 가치 탐색’(1994년)으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는 아니지만 강의를 맡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 가운데서는 묘주, 효탄, 소운, 정운 스님 등이 눈에 띤다. 묘주 스님은 ‘유식학의 심식구조에서 본 아동 성격심리의 논리적 고찰’이란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불교학과 심리학의 접목을 시도해 주목을 받았고, 고려불교사 전공의 효탄 스님은 <고려사> 안에서 불교관계 사료들을 뽑아내 주석을 단 <고려사 불교관계사료집>이란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소운 스님은 한국 스님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언론의 조명을 받은 스님으로, 현재는 귀국해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있다.

●교육계

현재 조계종의 전통강원 20곳 가운데 사미니 강원은 동학사, 봉녕사, 운문사, 청암사, 삼선 승가대학 등 다섯 곳. 학계와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이 곳에서 묵묵히 비구니 교육 불사에 원력을 쏟고 있는 스님들도 있다.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장 묘엄 스님과 운문사 승가대학장 명성 스님(전국비구니회장)은 현대 비구니 강원(승가대학) 역사의 첫 페이지에 올라 있는 스님들이다.

묘엄 스님은 ‘최초의 비구니 강사’로 유명하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66년, 묘엄 스님은 당시 묘전 스님이 주지로 있던 청도 운문사로 내려가 강주(학장)를 맡았는데, 이것이 현대 비구니 강원의 효시이다. 그 뒤 수원 봉녕사로 옮겨가 77년 강원을 개원하고 강주에 취임한 스님은 이후 율원 등을 개원해 봉녕사를 대표적인 비구니 교육도량으로 만들었다.

묘엄 스님이 봉녕사로 옮기고 난 뒤 운문사로 온 명성 스님은 운문사를 국내 승가대학 가운데 최대 규모와 학인수를 자랑하는 명실공히 ‘비구니 교육의 요람’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명성 스님은 동국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아 전통과 현대학문을 두루 섭렵한 대표적 강백으로 통하는데, 강원 비구니 강사 중에서 처음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초(동학사), 지형(청암사), 묘순(삼선 승가대학) 세 학장 스님 역시 전통 강원을 거쳐 오랫동안 비구니 강원 교육에 헌신해 왔다. 묘순 스님은 78년 삼선 승가대학을 개설한 이래 학장직을 맡고 있고, 지형 스님은 87년 청암사 강원을 사미니 강원으로 개설한 스님이다. 86~90년 동학사 승가대학장을 맡았던 일초 스님은 2002년부터 다시 학장으로 있다.

대부분 강원은 2~3명씩의 강사를 두고 있는데, 흥륜(운문사) 상덕(청암사) 적연(봉녕사) 스님 등이 전통 강원의 교육을 마치고 ‘장기 근무’하고 있는 대표적 스님들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부터 강원 교직자들 사이에서도 새바람이 불고 있는데, 일반대학이나 외국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고 부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진(운문사) 상일(봉녕사) 보련(동학사) 스님이 일본 교토 불교대에서, 세등 스님(운문사)이 도쿄 구택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조계종 문화부장으로 가 있는 탁연 스님은 강원 비구니 강사 중 최초로 박사학위(일본 도쿄 입정대)를 받고 봉녕사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명선 스님(동학사)은 일본 대곡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운산(운문사) 수경(삼선 승가대학) 스님 등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내 석ㆍ박사 비구니 스님들

국내 비구니 스님들 가운데 박사학위를 가진 스님은 몇 명이나 될까? 박사과정 수료 이상으로 교수나 강사로 재직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모임이었다가 지금은 없어진 ‘담소회’의 자료에 따르면 모두 15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박사 1호는 혜원 스님(동국대 교수)이지만 국내ㆍ외를 통틀어 ‘최초의 비구니 박사’는 진홍 스님이다. 80년대에 대만 문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스님은 중앙승가대 등에서 강사 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서울 청룡사에 주석하고 있다.

해주, 본각, 혜원, 계환, 대원, 능인 스님과 묘주, 효탄, 소운 스님이 현직 교수나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명성(운문승가대학장) 명선(동학사 승가대학 강사) 스님은 강원 교직계에 종사하고 있다.

정관 스님은 공주 금강원 복지원장을 맡아 노인복지에 앞장서고 있고 탁연 스님은 조계종 문화부장으로 잠시 ‘외도’를 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운월 스님은 세계여성불자대회 한국 유치의 숨은 공로자로 알려져 있다.

정확하게 파악된 자료는 없지만 석담(미국 버지니아 대학) 서광(미국 세이브룩대학원) 등 국내ㆍ외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거나 공부하고 있는 스님들도 3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권형진 기자 | jinny@buddhapia.com
2004-01-26 오전 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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