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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의 선사상과 한국불교에 관련해서는 ‘중도’에 대한 논의와 ‘교와 선의 관계정립’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은 “백일법문은 처음부터 중도로 일관하고 있다. 초기불교에서 중도론은 실천과정으로 의미가 강하다. 성철 스님의 중도는 도달해야할 목적지로 표현하고 있다. 성철 스님은 초기불교에서 선종불교까지 하나라고 하지만 실천과정의 중도와 도달목적지로써 중도가 다르다. 일부 중도론은 양변을 여인 것으로 표현하는데 경제적 불평등, 비구 비구니 이부승단의 불평등 등 양극단의 모순이 현실적으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고우 스님은 “중도를 이해하면 다 해결된다. 종단뿐 아니라 남북통일도 된다. 종단에서 제도적으로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패거리’이다. 말사는 권속 패거리, 본사에 가면 문중패거리, 정치는 이해관계에 의한 패거리… 이것을 고치는 것은 중도 뿐이다. 중도는 도깨비방망이이다. 지구상 모든 문제는 중도만 이해하면 안풀리는 것이 없다. 아울러 우리에게 문제는 언행일치가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를 이해하고 아는 것만큼 이해하도록 해야겠다”며 중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가불자들에게서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은 ‘최상승이라는 간화선만이 불교 수행인가’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수행법을 택해야하느냐’는 의문이었다.
이에대해 각묵 스님은 “이것 저것이 좋다고 하는 것은 싸움 뿐이다. 불자들에게 생명은 법이다. 언설을 초월한 부처님법이 뭔지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진지한 논의없이 수행법만 논하는 것은 부처님의 근본 뜻과 다르다. 책을 통하든 논강을 통하든 부처님법이 뭔지 진지한 고뇌가 있는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수행법이 찾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선우논강 대표선우 철오 스님은 “논의를 통해 종단이나 수행풍토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돈오돈수가 어떻다는 그럴싸한 학문으로 바뀔 수 없다. 출가자는 수행자답게 살면 저절로 부처님 가르침에 들어간다.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없이 이어지던 토론은 정점에 이르러 ‘불교가 현실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로 초점이 모아졌다.
구미종합복지관 진오 스님은 “사회현장에 있다보면 ‘수행자답지 않다’ ‘너부터 잘하라’는 식의 부정적인 입장을 많이 접한다. 현실적으로 불교의 사회참여, 대중교화가 부족함이 사실이다. 때로는 자비실천을 행하는 것이 출가자 답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들은 출가자가 함께 해주기를 더 원하고 있다. 산 속에서 참선 수행하는 것도 존귀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중교화도 중요하다”며 사회참여 현장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토론 끝자락에서 성철 스님 상좌로 백일법문을 출간한 원택 스님은 “큰스님은 <선문정로>를 받아들고 첫마디가 ‘출가한 밥값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누구에게 법을 받은 적이 없고, 누구에게 인가받은 적이 없으며 <선문정로>를 확실히 아는 이가 법제자다고 말씀하셨다. 시봉하면서 보니 큰스님은 억지로 치열한 정진을 하시거나 일부러 공부하시지 않으셨다. 장좌불와와 같은 스님의 모습은 깨달음과 함께 저절로 따라온 것이다”며 생전의 성철 스님을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