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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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논강 화림원 동안거 간경결제 회향
'성철 禪'은 따로 없다
선우논강과 화림원이 주최한 '2003~2004년 동안거 간경결제'가 1월 17일 종합토론을 끝으로 회향됐다. 지난해 11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린 이번 간경결제에는 토론 때마다 100여명의 출, 재가 수행자가 모여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통해 본 오늘의 한국불교'를 주제로 8번에 걸쳐 열띤 논쟁을 벌였다.

마지막 종합토론에서는 고우 스님의 총론격인 법문에 이어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중도와 수행법’ ‘불교 수행과 현실문제’ ‘불교, 현실참여 어떻게 할것인가’로 나눠 6시간에 걸쳐 각자의 견해를 내보였다. 종합토론을 요약정리했다. <편집자 주>


고우 스님(태백선원장)
“숙맥도 모르고 참선한다며 목에 힘주지 말라”

이번 간경결제를 통해 ‘성철스님 선(禪)’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고갔지만 ‘성철스님 선’은 따로 없다. ‘성철스님 선’이 곧 부처님 말씀이고 달마스님, 역대조사의 말씀이다.

선사들이 불교를 설명할 때 ‘1기1경1언1구(一機一境一言一口) ’ 네가지 방법으로 한다. 기는 몸이나 동작으로 표현하고, 경은 주장자나 불자 등의 객관적인 물체를 가지고 하며, 언은 짧은 말, 구는 긴 말로 불교를 표현한다. 만일 ‘1기1경1언1구’로 불교를 표현했는데 그것으로 깨달았다면 매우 좋은 일이건만 선에서는 ‘맨살을 긁어서 부스럼내는 것이다’고 한다. 이것이 ‘불교’고 ‘선’이다. 어렵지만 조금더 살펴보자.

성철 스님 열반송에 보면 스님은 평생 남녀들에게 거짓말을 하여 그 죄가 수미산보다 크다했다. 성철 스님이 평생 주창한 선, 불교, 중도가 모두 거짓말이라면 올 겨울 우리가 성철 스님 백일법문으로 논강을 했는데 거짓말 가지고 했는가?

그런데 성철 스님은 열반송 마지막에 ‘붉은 해가 서쪽에 걸렸다’고 했다.
스님의 열반송 앞 구절은 존재원리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마지막 구절은 존재원리의 한 단면을 얘기하고 있다. 이것이 중도를 체험한 분들이 중도를 설명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비유로 ‘달과 손가락’, ‘뗏목과 언덕’이 있다. 우리가 올겨울에 얘기한 것은 ‘손가락’과 ‘뗏목’을 가지고 얘기했다. 선지식들은 ‘달’을 가지고 얘기한다.

‘연기(緣起)’와 ‘중도(中道)’는 같은 것으로 ‘중도연기’는 존재원리를 말한다. 형상 있거나 없거나 모든 존재는 연기로써 존재하고 있다. 연기를 보는 사람은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사람은 여래를 본다.

내가 만들기 이전에 내 존재원리가 중도로 되어 있고 연기로 되어 있고 본래부터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수행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본래부터 존재하고 있다. 중도,연기,법,여래로 존재하고 있다는 말 이외는 절대로 ‘닦는다’ ‘증득한다’ 이런 말들을 용납하지 않는 종파가 ‘선’이다.

그래서 ‘선종’이야말로 부처님말씀을 철저히 계승해온 종파이다. 선은 ‘달’만 비유하지 ‘손가락’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손가락’ 가지고 ‘선’을 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얘기가 안된다.

<선요>에 보면 불자를 들어 바로 깨달으면 부처다 해놓고 그래도 못 깨닫는 사람은 숙맥(菽麥)도 모른다고 한다. 콩은 둥글고 보리는 납작한데 그것도 구분하지 못하는 멍청한 사람들이나 화두를 참구해서 공부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주변에 보면 참선에 대해 숙맥도 모르는 이들이 참선한다면서 ‘최상공부고 최고 공부다’며 머리에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선에서는 부득이 모르니까 ‘참구하라’ ‘견성하라’하고 ‘닦으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손가락’입장에서 하는말이지 ‘달’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준엽 기자 | maha@buddhapia.com
2004-01-24 오전 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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