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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들었다> 부끄러움, 참회, 아름다움
악업을 저질렀어도 마음을 돌려 고백하고 앞서의 잘못을 반성해 깨닫고 마음을 집중하여 거듭 참회한다면 과보를 받지 않는다.
―분별악업보응경

후안무치(厚顔無恥). 한국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 특히 국회의원의 하는 꼴에 이보다 합당한 말이 있을까 싶다. 당연히 감옥에 가야 할 비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그들의 특수한 신체구조(발뒤꿈치 수준의 안면 피부)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어떤 집단에도 예외적 존재는 있는 법. 6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의원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참회록은 쓰레기더미 속에 짓눌려 시들어가던 희망의 싹이었다.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잘못된 길을 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묵인한 무력함이 부끄럽고, 묵인을 넘어서서 어느새 동화되어간 무감각함이 부끄럽고, 미숙한 자기 확신을 진리인양 착각한 무지함이 부끄럽고, 세계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심 무시하고 배척한 편협함이 부끄러우며, …선배들께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부끄럽습니다.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려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합니다. …정치권 전반에 ‘내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세훈 의원의 결단을 다른 의원과 비교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초점을 비껴가는 일이다. 그의 돋보임은 ‘참회’에 있다. 그는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름다웠다.

부처님 가르침에는 유난히 참회가 강조된다. 허물없이 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문제는 아예 허물을 모르거나 알고도 고치려하지 않는 데 있다. 인간됨을 지키려는 거룩한 몸짓, 그것이 참회다.

윤제학(아동문학가/본지 논설위원)
2004-01-19 오전 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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