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 종합 > 종단
조계종 승가교육제도 개선 본격화
승가교육제도 개선이 올해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스님이 되고 난 후의 재교육이 아닌 스님이 되기까지의 교육체계 및 내용이 초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 필요성을 강조해 온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선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세부적인 개선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어떤 뜻이 담겨 있나

법장 스님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현재의 교육체계로는 시대변화에 맞는 승가의 위상을 확보하기 어렵고, 승가의 질을 높이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불교중흥을 위해서도 엄격한 승가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개신교 가톨릭 등 다른 종교와 비교해 불교가 너무 쉽게 성직자를 배출해내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법장 스님은 “개신교나 가톨릭 등 어느 종교에서도 6개월 만에 ‘예비 성직자’를 인정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미(니)는 비구계를 받기 전까지는 예비 스님에 불과하나 사회적으로는 일반 스님들과 똑같은 신분으로 여기기 때문에 현재의 제도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와 문제점

먼저 현행 제도를 보면, 출가한 뒤 6개월에서 1년간의 행자교육을 마친 뒤 조계종 교육원에서 실시하는 행자교육원(21일간의 집체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사미(니)계를 받도록 돼 있다. 이후 강원과 선원, 중앙승가대, 동국대에서 4년간의 기본교육을 마친 뒤 승가고시에 합격하면 비구(니)계를 받는다. 다시 말해 4~5년의 의무교육을 마쳐야만 정식으로 스님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양성하고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강원과 선원이 기본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중앙승가대나 동국대를 졸업하고 강원이나 선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거꾸로 강원이나 선원을 졸업하고 동국대나 중앙승가대로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전문적인 교육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8년간 기본교육에 매달리는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모순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교육내용도 문제다. 강원과 선원은 제각각 특징에 맞게 전통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뿐 성직자로서의 소양을 쌓기 위한 교육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승가대나 동국대는 교양과 소양교육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스님으로서의 자질과 위의를 갖추도록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기본교육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목탁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게다가 비구계를 받지 않아도 스님 노릇을 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95년 이후 통계를 보면 행자교육을 마치고도 기본교육기관에 입교하지 않는 사미(니) 비율이 30%를 넘는다. 결국 현행 제도는 스님 아닌 스님을 배출해내고 있는 셈이다.

●개선 방향

법장 스님이 제시한 방향은 최소한의 6년 교육 과정을 거쳐야만 비구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4년간 내외전을 포함해 영어, 설법, 의식까지 모두 배우게 한 뒤 사미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강원과 선원을 전문대학원 형태로 전환해 이곳에서 2년간 공부를 마쳐야만 구족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제도와 비교해보면 교육기간이 1~2년 정도 늘어나는 것이다. 교육기간도 그렇지만 예비승려가 되기 위해서는 훨씬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의 비구계를 주는 기준이 사미계를 주는 기준으로 바뀌는 것이다. 물론 어학 등 기본 소양 교육도 현재보다 강화된다.

게다가 2년의 대학원 과정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전문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장 스님은 특히 사이버불교대학을 개설하는 등 전문대학원 제도를 마련해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진행되나

일단은 승가교육제도개선추진위원회 발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월 중 발족 예정인 개선추진위원회는 현재까지 구체적 계획은 나와 있지 않지만 교육계를 포함한 불교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으로 조계종 교육원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교육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결론을 도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장 스님이 제시한 방향과 다른 견해도 만만치 않아 합의안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강원 교직자들을 포함한 대다수 교육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승가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데는 이견이 없으면서도 방법상에는 이견을 내놓고 있다.

정묵 스님(불국사 승가대학 교수)은 “정서교육보다 지식 위주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강원을 전문학림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며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승가교육 일선의 한 관계자도 “법장 스님이 제시한 방안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백지상태에서 종합적 검토를 통해 최적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통과 현대식 교육이 조화를 이루고, 다양성이 가미된 방향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종교의 성직자 양성 과정

-개신교 : 약 60여개 교단이 있으며, 교단마다 교육과정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신학대학(4년)과 신학대학원(3년)을 졸업해야만 목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과정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년간의 실습(인턴)과정(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는 것)을 거치도록 돼 있으니, 사실상 교육연한은 9년이 된다.

-가톨릭 : 신부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가톨릭대학을 비롯한 전국의 9개 신학대학 중 한 곳에 입학해 7년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졸업하면 서품을 받게 되고, 정신으로 신부가 된다. 교육과정 속에는 교양과목 외에 심리, 사회, 문화, 논리, 철학, 사상사 등 문화적 소양을 위한 커리큘럼이 포함돼 있다.

-원불교 : 먼저 원광대 원불교학과나 영산에 있는 원불교대학교의 4년 과정과 교당이나 각 기관에서 2년 간의 간사생활을 해야 한다. 4년 교육과정과 2년간의 간사생활을 마치고 나면 1차 교무자격검정고시를 보게 되고, 합격하면 원불교대학원대학에 진학해 2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 따라서 교무가 되기까지는 8년의 교육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
2004-01-17 오후 4:31: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