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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장은 전통사찰 건축양식 보존을 위해, 각자장은 세계 최고(最古)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역시 최고(最高)인 <팔만대장경>의 명맥을 잇기 위해, 주철장은 21세기의 에밀레종소리를 만들기 위해 불교계가 보존에 적극 나서야할 분야들이다. 공예계에서는 이들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분야로 평가되지만, 불교계 내부의 노력은 전무하다. 불교무형문화재를 통틀어 단청장이나 영산재를 제외한 나머지는 장인들 개인의 노력에 의해 전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이들은 ‘불교계’라기 보다 ‘공예계’에 가깝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이들 무형문화에 대한 역사적 기원이나 원형 복원을 위한 조사자료도 부족하다. 기본 자료 조사에서 활용연구까지 연구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범종 복원의 경우, 주철장 보유자인 원광식 씨는 오래전 맥이 끊긴 전통적인 밀랍 주조 방식을 복원했다. 그러나 원 씨가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전통 범종 주조기법을 복원하는 동안 불교계는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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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재는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50호로 지정된 이후 벽응, 송암, 일응, 지광 스님이 보유자로 지정됐으나, 최근 몇 년간 보유자였던 스님들이 모두 입적해 보유자 가운데 생존인물이 없어 그 맥이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돼 왔다.
현재 구해, 일운, 송강, 기봉 스님이 전수교육보조자로 영산재 보존회를 중심으로 그 맥을 잇고 있지만, 보유자 지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조현중 사무관은 “현재 영산재 보유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면밀한 검토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유자 선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무형문화재의 경우 보유자 지정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일단 보유자로 지정되면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유자 선정의 객관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1996년에는 사기장 지정을 둘러싸고 금품 수수 사건이 벌어지는가 하면, 97년에는 단청장 지정 조사에서 보유자 후보의 친형이 자격심사에 참여해 입방아에 오를 만큼 객관성 시비는 계속 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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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를 전수받기 위해서는 그 분야 권위자 아래에서 오랜 수련기간을 거쳐야 한다.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우던 시절과 달리 이 과정을 견뎌내는 교육생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전수장학생에 대한 지원금이 2004년부터 12만원으로 인상된다지만, 전수생 입문 시기가 과거 10대에서 지금은 20대 초반으로 늦춰진 사실을 감안하면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전통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늘긴 했지만 일주일에 5~6시간의 강의로는 ‘교양’ 수준의 실기 능력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