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品茶 강의로 배우는 ‘좋은 차 고르는 법’
서울 종로 한배달 사무실에서 열리는 ‘품다(品茶) 강의’ 수강생들이 고려다원 하서룡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차를 시음하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오늘 처음으로 마셔볼 차는 백차입니다. 백차는 성상(成相)이 가지런하지만 성질이 차고 냉합니다. 녹차에 비해 달지만 맛이 농후하지 못해 생산과 소비는 많지 않습니다. 찻물이 우러나는 시간은 일반 차의 2배 정도 소요됩니다.”

지난 1월 9일, 고려다원(www.hadongtea.com) 하서룡 대표의 ‘품다(品茶) 강의’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5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서울 종로의 한배달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이 강좌에는 10여 명이 넘는 수강생이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가 시작되자 수강생들은 찻잎을 나누어 받은 후 찬찬히 모양을 살펴보고 각자의 다기에 넣어 우려낸다. 차가 우러나는 상태를 관찰한 후 한 모금씩 마셔보며 향과 맛을 감상한다. 틈틈이 차의 특징과 느낌을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차 생활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차의 맛과 향을 감정하는 ‘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각국에서 생산되는 차의 종류는 헤아리기조차 힘들만큼 다양합니다. 또 비슷한 이름의 차라 할지라도 산지와 등급, 제조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천차만별입니다. 때문에 ‘품다’는 차를 마시는 사람이나 만드는 이 모두에게 중요한 기본 바탕입니다.”

‘품다 강의’를 맡고 있는 하 대표는 우리 차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비해 차의 맛과 품질을 제대로 감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사실 국제적인 품다 기준은 차 무역이 활성화된 20세기 초에 완비됐습니다. 차를 수출, 수입하는 차시장에서 이는 필수적인 요소였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산지역이나 제조방법에 따른 세분화된 평가기준이 없는 까닭에 대체로 찻잎의 채취시기로 차의 등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우전’이나 ‘세작’, ‘중작’ 등으로 부르는 것은 바로 찻잎의 채취시기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직접 등급을 결정하는 유통 시스템이기에, 간혹 차의 맛과 향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이 매겨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정부나 차 관련 공식 기관에서 품질 관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시장의 기능에 맡겨놓기 보다 직접 차를 소비하는 사람이 품다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자기에게 맞는 차도 선별할 수 있고 차의 품질도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하 대표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등급의 차를 마셔봤을 때 종합적인 분별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하지만 포장된 상태에서 차가 판매되는 우리 현실에서 일반인들이 다양한 차를 직접 마셔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강좌를 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의는 1시간의 이론 강의와 1시간의 실습으로 이루어진다. 차에 대한 기본지식과 품다 이론교육을 바탕으로 직접 다양한 차를 마셔보고 그 맛을 평가한다. 강의가 진행되는 3개월 동안 국내외의 대표적인 녹차와 발효차 30여 종을 마시게 된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다도를 전공하고 있는 김미라(31) 씨는 “학교에서는 차를 직접 마셔보는 실습이 부족한데 이번 강의에서 다양한 차를 접할 수 있어서 좋다”며 “앞으로 일선 교육 현장에서 차를 가르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하 대표가 말하는 ‘좋은 차’란 무엇일까?
“우선 차는 마신 뒤 개운해야 합니다. 우리기 전 찻잎의 모양은 고르고 가지런해야 하고 우렸을 때 균일하게 우러나며 맛과 향이 진한 것이 좋습니다. 우려낸 후에는 찻잎이 가지런하고 깨진 잎이 없을 수록 좋습니다. 이처럼 오묘한 향과 맛을 즐기는 것을 두고 차를 ‘몸’으로 마신다고 표현합니다.”

마지막으로 차가 자신의 체질과 부합하는지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자신의 체질과 차의 성질이 맞지 않는다면 마시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02)747-8984

□마른 차의 생김새

-크기가 고르고 가지런해야 한다. 깨진 잎이나 덜 펴진 잎, 줄기 등이 있으면 좋지 않다.

-찻잎은 색깔이 윤택하고 단단하게 말려져 있어야 한다. 덜 말린 잎이나 뭉쳐진 잎이 있으면 좋지 않다.

-백호(白毫, 찻잎 뒷면에 있는 흰털)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 차가 좋다.

□찻물의 색, 향, 미

-색은 맑고 투명해야 한다. 찻물이 혼탁하거나 가루나 검은 티가 많이 가라앉는 차는 좋지 않다.

-은은하고 맑은 향이 나야 한다. 발효나 저장을 잘못하거나 오래 묵은 차에서는 쇳 냄새와 뜬 냄새가 난다. 비릿한 풋 냄새와 탄 냄새가 나는 차도 좋지 않다.

-제대로 만든 차의 맛은 달고 부드럽다. 상쾌하면서도 짙은 감칠맛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좋다. 그렇지 못한 차는 쓰고 떫은 맛이 강하게 나고 뒷맛이 텁텁하다.

□우려낸 찻잎의 모양

-찻잎의 생김새와 빛깔은 균정(均整)해야 한다. 창기(槍旗)가 그대로 살아 있어야 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1-16 오전 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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