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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극으로 본 서울이야기
국내 최초 OHP채색기법 사용, 애니메이션 효과
그림자극의 원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고영배 기자
B.C 120여년 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시대. 사랑하던 부인을 잃은 무제는 비탄에 잠긴다. ‘환영만이라도 나타나준다면….’결국 무제는 궁중의 무술사를 불러 왕비의 영혼을 불러낼 것을 명한다. 그러나 죽은 이의 영혼을 불러낼 재간이 없는 무술사는 왕비의 모습을 닮은 인형을 만들어 벽면에 비추는 꾀를 낸다. 어두운 등불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본 무제는 비로소 왕비를 향한 모정(慕情)을 달랬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자극이 210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004년 OHP(투명필름)을 이용한 채색그림자극으로 재탄생했다.

“보신각이 문화재라고? 에이~ 말도 안돼. 문화재라면 파리의 에펠탑, 이집트의 피라미드 정도는 돼야지.”

서울 달팽이 찌르가 투덜댄다. 처음 서울나들이를 하는 친구 미르에게 63빌딩, 코엑스 몰, 놀이동산 등 서울의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싶은데 보신각을 보자니. 어쩔 수 없이 미르를 따라 종로 보신각으로 향한 찌르는 영역표시를 하겠다며 종에 오줌을 싼다. 쉬~. 순간 찌르와 미르의 등위의 집이 사라진다.“어? 우리의 집이 어디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들에게 무학대사의 전신인 행상 아저씨가 다가와 보신각종이 화났다고 말한다. 그 화를 풀기 위해서는 서울의 보물 5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서울시의 후원을 받아 무료로 공연되는 교육극단 달팽이(대표 박주영)의 채색그림자극 ‘클릭! 역사게임 서울이야기’(1월 31일까지 대학로 인켈아트홀 1관)는 실루에트(silhouette), 즉 인형의 그림자를 스크린에 비쳐 형(刑)의 그림자로 연기하는 그림자극이다.

서울이야기는 기존 그림자극 형식에 OHP채색기법을 접목해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OHP에 컴퓨터작업이나 빛이 투과되는 스텐드글레스물감 등을 입혀, 대형화면에 투영시키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소형화면에 투영돼 관객에게 극의 느낌을 생생히 전달할 수 없었던 전통 채색그림자극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색의 느낌을 좀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듯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림자극 공연. 사진=고영배 기자
다시 극으로 돌아가 찌르와 미르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울의 5대 보물을 찾아 나선다. 행상 아저씨가 건내준 역사기계 뿌뿌뿌와 함께 서울의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신(四神)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만나는 찌르와 미르. 이들은 서울의 4대 문인 흥인문(興仁門), 숭례문(崇禮門), 돈의문(敦義門), 홍지문(弘智門)과 종각인 보신각(普信閣)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다섯가지 도리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보물은 아무리 살펴봐도 찾을 수 없다. 이때 한양천도의 주역이었던 무학대사가 찌르와 미르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한마디를 툭 던지고 사라진다.

보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이미 네 개의 보물은 찾았을지도 모른다고. 이에 힌트를 얻은 찌르와 미르는 4개의 문이 보물이며, 처음 여행을 시작한 보신각종이 마지막 5번째 보물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극장 안 가득“깨달음이 아무리 깊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만 못하다”는 무학대사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관객들은 찌르와 미르의 여정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정신세계를 하나둘 배워간다. 그리고 참다운 보물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같이 예술장르에 존재하는 다양한 극적기술과 방법을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T.I.E(Theatre in Education)라고 한다. 서울이야기는 T.I.E 방식을 통해 관객과 배우가 극장 안에서 의사소통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또한 공연전 Pre-Workshop과 공연후 Post-Workshop을 통해 공연에서 다뤄지는 공연목표와 제기되는 문제들에 적극 참여한다. 즉 한양천도와 사대문과 보신각의 축조가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에 입각한 도시계획이었다는 것, 그 안에 국가의 사상이 가시적인 형태로 도출되고 있다는 철학적인 사고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연 후 직접체험을 통해 인형극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02)765-1638
김은경 기자 | ilpck@buddhapia.com
2004-01-16 오전 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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