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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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만화 그리는 이웃종교인 윤승운 화백
“불교는 우리나라 토착종교이고 우리 정신문화에 근간을 이루는 종교입니다. 비록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온 불교를 알지 못하고서는 나의 뿌리를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소년중앙>, <어깨동무>, <보물섬> 등 30~40대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추억의 어린이 만화 잡지에서 ‘요철 발명왕’, ‘맹꽁이 서당’ 등을 연재했던 윤승운(61) 화백. 지금은 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과에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은 경기도 남양주 별내면의 한적한 농가다. 평소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에 1980년부터 이곳에서 농사와 창작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불교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 궁금해 대뜸 그 이유부터 물었다. 그러나 윤승운씨는 그냥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정다운 미소만을 내 보인다. ‘염화미소’일까? 그 웃음을 보는 순간 이런 질문을 한 다는 것이 분별이었음을 알게 됐다.

“어린시절 부모님을 따라 절에 다녔지만 1971년 결혼하면서 아내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교회에 나갈 때부터 가졌던 ‘나의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고 남의 종교를 존중할 때 나의 종교도 존중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종교를 바로 알고 바로 믿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불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불서 읽기가 이젠 즐거움이 되었고, 심성적으로도 많은 교화를 받았습니다.”

윤승운 화백이 불교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은 십여년전, 지금은 폐간된 <대중불교>라는 잡지와의 인연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평소 친분이 있었던 당시 김희균 <대중불교> 편집부장에게 불교 월간지에 단편 만화를 그려달려는 청탁을 받았을 때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종교인인데다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였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만화를 그려주게 됐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교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읽은 불서만도 수천권. 금강경 등의 경전은 수십번도 더 읽었다. 그가 불교 만화를 그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만하다. 윤승운 화백은 그동안 <참된 사람 이야기>, <큰 사람 이야기>, <만화 삼국유사 이야기> 등의 불교 만화를 그렸고 <대중불교>, <동쪽나라> 등의 불교 잡지에 연재했던 만화는 최근 <아름다운 부처님 나라>, <향기로운 부처님 나라>라는 두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윤 화백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중학교 재학 시절 할아버지 댁에서 우연히 읽은 역사책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고 그 이후부터 손에 잡히는 대로 역사 관련서적을 읽었다고 한다. 3000여권이 넘는 역사책이 그의 서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만 봐도 역사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1979년 한 잡지사로부터 시대물을 청탁받고 처음 역사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래 20여년간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캐릭터와 역사를 소재로 한 명랑만화를 그렸고, 그의 책은 어린 시절 우리의 정신을 기름지게 만들었다.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윤승운 화백은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말한다. 한편의 만화를 그리기 위해 수백권의 책을 읽었고 직접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관련 자료를 모았다. 실제로 그는 1987년 한길사에서 기획한 한길여행기행에 매주 참석, 전국의 사찰과 명승 유적지를 돌았고, 우리나라 고서를 제대로 읽기 위해 1993년부터는 성균관에서 7년간 사서삼경 등 13경을 공부했다.

“성균관에 다니면서 능허 스님에게 금강경을 배웠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불교의 교리는 그냥 좋은 이야기 정도로 알았는데 불교의 심오한 진리를 약간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나의 종교로 믿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불교에 매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우영, 신문수, 박수동, 길창덕, 이두호 화백과 함께 한국 만화 1세대로 통하는 윤승운 화백. 나이는 이미 회갑이 지났다. 젊은 시절 그렸던 만화들을 보고 자란 코흘리개 어린이들도 벌써 어엿한 30~40대의 엄마, 아빠로 훌쩍 커버린 지금, 그는 새해를 맞아 만화를 통해 어린이들의 황폐해진 정신을 기름지게 만들고, 우리 문화와 역사의 우수성을 인식시켜 주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그래서 그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맹꽁이 서당 - 고구려편’을 완간하고 중국과 우리나라 스님들의 어록을 만화로 만들 계획이다. 큰스님과 선조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이 바르고 존중해야 할 것인지를 알려주고,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가르쳐주고 싶어서다.


윤승운 화백은 ?

1943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난 그는 1968년 연세대학교 농업개발원을 졸업했다. 1960년부터 여러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1991년 제1회 한국만화문화상 저작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두심이 표류기>, <요철 발명왕>, <금봉이>, <맹꽁이 서당>, <겨레의 인걸 100인> 등이 있다. 현재 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두식 기자 | doobi@buddhapia.com
2004-01-14 오전 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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