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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孝가 곧 佛法 실천 아닐까요?
통도사 승가대 학인스님들의 자비원 위문 공연
사진=박재완 기자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통도사자비원 어르신들 만수무강 하소서.'

스님들이 목탁대신 장구을 치고 염불대신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어르신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펼친 날, 통도사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은 회색법복의 위의(威儀)를 벗고 어르신들에게 응석을 부리는 아들로 돌아가 있었다.

1월 8일 사회복지법인 통도사자비원(원장 오심 스님) 4층 법당. 속가 부모님과의 인연(因緣)을 끊고 깨달음을 위해 입산(入山)했던 스님들이 속가 부모님께 못 다한 효도의 한을 풀어내는 아름다운 공연이 펼쳐졌다. 40여명의 학인 스님들이 직접 준비한 연극, 노래, 춤 등을 선보이며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진 이날 공연은 돈을 주고도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을 연출하며 어르신들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들었고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 놓았다.

삼귀의로 엄숙하게 공연의 시작을 알렸을 때만 해도 법당 분위기는 '다운'돼 있었다. 꼬부랑 허리를 가누며 법당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표정엔 '스님들이 해봐야 무얼 그리 대단한 걸 하려고'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박수도 치는 둥 마는 둥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제안하고 추진한 통도사 승가대학 찰중(학생회장 격) 소임을 맡은 지현 스님의 입담 좋은 사회는 좌중을 압도했다.

"스님들의 공연은 평생을 두고 한번 볼까 말까 한 공연인데, 박수 크게 안치면 짐 챙겨서 가 버릴 랍니다."

지현 스님의 투정 어린 호소에 여기 저기서 웃음이 터졌고 박수가 쏟아졌다. 연이어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오른 도심 스님이 장구가락에 맞춰 진도아리랑을 부르자 분위기가 삽시간에 돌변했다. 강당 가득 박수소리가 울렸고,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났다. 민요 부르기로 흥을 돋우는가 싶더니 이제 연극을 하겠단다.

육두법문으로 유명했던 춘성 스님의 일대기를 다른 <육두법문>이라는 연극이었다. 이 연극은 2003년 전국승가학인연합 연극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커튼식으로 된 막이 걷히자 춘성 스님으로 분한 세봉 스님(사집반)이 육두문자를 곁들인 대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여기 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사가 주는 재미도 재미지만, 기차 안의 여자 승객으로 분한 두 스님의 모습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긴 머리 가발을 쓰고 봉긋하게 가슴도 만들고 입술엔 빨간 립스틱까지 바른데다 미니스커트까지 입고 보니 영락없는 여자. 간들간들한 걸음걸이로 어르신들에게 걸어와 사탕을 건네는 여자가 정말로 스님이라고? 어르신들은 이제 스님들의 공연에 푹 빠져버렸다. 극중의 춘성 스님이 극락 가는 티켓을 갖는 방법을 일러주겠다며 법문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어. 탐심을 버리고, 보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죽임이 코앞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간절히 화두를 참구 하고 기도해. 그것이 극락 가는 티켓이야."

웃는가 싶더니 어느새 울리고, 실없는 내용인가 싶으면 어느새 불법의 깊은 가르침을 담은 대사를 쏟아내던 연극이 출연한 스님 모두의 수화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이어진 무대는 회심곡. 구구절절한 가사에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여자 분장으로 웃음을 자아냈던 현덕 스님이 가요 '사모곡'을 부르기 전에 던진 한마디로 어르신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2003년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보모님께 이 노래를 받친다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에게 불러드리겠습니다."

구슬픈 반주와 함께 스님의 노래가 시작됐다.

"자나 깨나 자식 위해 신령님 전 빌고 빌며~ 학처럼 선녀처럼 살다 가신 어머니~ 이제는 눈물 말고 그 무엇을 바치리까~ 어머니! 아버지!" 노래를 마치며 스님은 어머니, 아버지를 외쳐 불렀다. 이 순간, 통도사자비원 4층 법당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 모두가 학인스님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었고, 스님들은 외롭게 홀로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아들이 되었다.

어르신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놓은 현덕 스님이 어머니, 아버지에 이어 부처님!을 외치며 퇴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부처님에 대한 귀의로 승화시키는 스님의 모습에서 여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한다고 해도 깨달음을 향하는 구도심만은 변치 않음을 느끼게 했다.

통도사자비원 원장인 오심 스님의 순서가 빠질 수는 없는 법. 평소 얼굴이 익은 오심 스님의 무대는 앙콜 주문과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 내 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자비원과 함께'로 개사해서 노래를 부르자 박수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마지막 무대는 스님들의 막춤시간, 스님들이 머리에 휴지를 감고, 미니스커트를 입은채 가발을 벗어 던져도 이제 더 이상 흉이 아니였다. 무대 위의 스님들과 객석의 어르신들은 이미 부모와 자식의 연을 맺었고, 한마음이 되었기에 함께 하고 있다는 즐거움만이 가득했다. "스님들이 너무 잘해. 스님들 모두가 내 자식 같고 모든 게 즐겁고 그래" 임경례(76. 양산 석계) 할머니는 스님들이 무대 뒷정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스님들의 대원력은 지역의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일체의 형식을 뛰어넘어 무대에 올려졌다. 스님들의 격의 없는 마음들이 진한 감동을 자아냈던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스님들의 재롱에 환하게 밝아진 어르신들의 마음은 주름진 얼굴의 환한 미소로 남아 오래도록 피어올랐다.

춘성 스님 역을 맡았던 세봉 스님은 "통도사자비원에 가깝게 있으면서 어른들께 해드린 게 없는데, 이런 공연으로라도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오히려 감사하다"며 "앞으로 어른 스님들과 상의를 거쳐 가을경에는 통도사 내에서 더욱 더 알차게 준비한 공연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
2004-01-12 오전 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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