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선(禪)을 학문적으로 가장 깊이 천착한 서양 철학자로 평가받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해석한 두 권의 책이 잇달아 선보였다. 동국대 불교학과 김종욱 교수의 <하이데거와 형이상학 그리고 불교>와 ‘목수 철학자’인 최경호 씨가 쓴 <존재에서 규명한 선>이 그것이다.
불교사상을 서양철학과 접목시켜 불교의 현대적 의미를 밝히려는 작업을 일관되게 추구해 온 김종욱 교수의 <하이데거와 형이상학 그리고 불교>는 “전통 형이상학에 대한 하이데거의 비판을 추적하면서 서양 철학의 근본 성격을 재점검해 보고, 이것이 불교 사상과 어떤 맥락에서 연결될 수 있는 것인지를 탐문해 보기 위한” 책이다.
수년에 걸쳐 발표된 논문을 수정 보완해 책으로 엮은 김 교수는 “존재야말로 사유의 가장 근원적인 테마이고, 이런 근원적인 사유의 사태를 서구 사상의 전체 역사 속에 집어넣어 탐문했다는 점은 하이데거 철학의 깊이와 진폭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고 말한다.
1부 ‘존재론적 차이와 형이상학’에서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갖는 의미와 형이상학과 존재론적 차이를 밝히고 있다. 2부 ‘근대 형이상학의 비판’은 데카르트 형이상학의 존재록적 이해와 형이상학적 주체의 형성과 해체를 다루고 있다. 3부 ‘하이데거와 불교’에서는 하이데거의 ‘무(無)’ 사상과 불교의 공(空) 사상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살피고 있다.
<존재에서 규명한 선>은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선(禪)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후설사상의 발달> <신체의 현상학>등 4권의 철학서를 번역하고 <현상학적 지평에서 규명한 선>을 펴내기도 한 최경호 씨는 이번 책에서 ‘선에 있어서 존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선을 체험에 바탕을 둔 이론으로 존재를 규명하고자 했다”는 지은이는 “하이데거 철학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선의 경지에 들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지난 2년간 출퇴근하는 지하철과 공사 현장에서 틈틈이 메모한 4천매 분량의 원고를 책으로 묶은 지은이는 “존재에 의한 사유의 과정은 선의 입장에서 조명한 존재의 사유를 진술한 것이지 하이데거의 존재의 사유를 논한 것이 아니다”며 “하이데거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하이데거의 사상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고찰하여 적어내려고 했다”고 말한다.
제1부에서는 직접체험으로서의 선체험을 기술하고, 제2부에서는 선을 하나의 학문으로 다루는 방법론으로서의 현상학과 해석학을 설명하고 있다. 제3부는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있어 존재의 사유에 관한 비판적인 고찰을 담고 있다.
<하이데거와 형이상학 그리고 불교>(김종욱 지음, 철학과 현실사, 1만2천원)
<존재에서 규명한 선>(최경호 지음, 경서원, 3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