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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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 몰고 마을로 내려온 스님
경북 봉화군 청량사 사하촌의 주말. 경운기 한 대가 마을을 지나가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다.

“스님! 오늘은 저희 집에도 와 주세요.”

길이 멀어 법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경운기를 몰고 집집마다 찾아가는 ‘방문법회’와 가까운 곳에 사찰이 없어 절에 갈 수 없었던 농촌 불자들을 위해 마을 회관을 빌어 ‘출장법회’를 열고 있는 청량자 주지 지현 스님. ‘마을로 내려온 스님’이라는 애칭에서 엿볼 수 있듯이 스님의 지역 포교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최근 선보인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다 쓰러져 가던 청량사를 손수 고치고, 그 절을 농촌불자들을 위한 포교 중심도량으로 키워 온 지현 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스님은 책에서 청량사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과 절 아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 년에 딱 하루, 초파일이면 어김없이 청량사를 찾는 맹인 김 거사와 휴가 나온 손자의 등에 업혀 사찰을 찾아 온 대월심 보살, 농사가 끝나면 수확한 쌀과 배추, 무 등을 지고 와 부처님께 올리는 고계리 불자 부부 등 사하촌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또한 스님은 산사에 핀 목련꽃에서 “자신의 생명이 다하여 당장 내일 죽는다 할지라도, 주어진 오늘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살아 있는 우리의 의무”임을 깨닫기도 하고, 수해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며 그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정치판을 준엄하게 꾸짖기도 한다.

청량사를 이야기하며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산사음악회다.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매년 전국에서 5천여 명이 몰려들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하다.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를 지향한다는 뜻으로 종교적 색채를 최소화시키고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 문화축제로 꾸미기 때문이다.

영주장애인복지관장으로, 창작 찬불가를 제작 보급하는 ‘좋은 벗 풍경소리’의 총재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스님이지만 산사음악회에서 지역민들과 마주 앉아 함께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노래 한 자락에 웃고 울며 화답하는 모든 청중들이 곧 부처고 보살”이라는 스님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지현 지음
세상을 여는 창
9천5백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1-07 오전 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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