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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중앙신도회와 불교환경연대 사무처 직원들은 지난 해 12월 30일 아주 특별한 앨범 하나씩을 만들었다. ‘새해맞이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어디어디’라며 세상이 온통 들떠 있을 때였다. 이들 17명은 의정부시 호원동에 자리한 통일안국사(주지 지산 스님) 부설 선재동자원을 찾아 새해 맞을 채비를 했다. 선재동자원은 갈 곳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 74명이 모여 사는 비인가 아동복지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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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일 됐나. 아직 안에는 손 볼 데가 많은데 날씨가 추워져서 먼저 옮겼어.” 아이들 숙소로 쓰이던 조립식 가건물 4개 동 가운데 지난 여름 화재로 2동이 전소된 이후 아이들은 천막생활을 해왔다. 봄부터 짓기 시작한 3층 콘크리트 숙소 공사도 ‘돈이 없어’ 중단한 때였다. 지산 스님은 은행 빚 내서 건물 먼저 지었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은 놓인다”는 일행의 말에 스님은 “은행 이자며 운영비며 후원금으로 다 해결해야 되는데, 후원금도 갈수록 줄고…”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자, 이제 일해야죠.” 숙소를 둘러보자마자 이상근 총무부장(중앙신도회)이 서두른다. “작년에는 거의 놀다갔거든요. 애들이랑 공차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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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던 박태훈(중앙신도회 정보화사업팀)씨는 “1년에 한 번 왔다가는 거라 솔직히 죄송하다”고 했다. “그래도 한 번 오고 나면 생각이 많이 나요. 텔레비전에 비슷한 처지의 애들 얘기가 나올 때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이 가게 되고, 적게나마 성금도 내게 되거든요. 봉사를 자주 다니지는 못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연히 추천도 해 주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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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숙소로 발길을 옮기자 청소하는 일행들 틈 속에서 김희경(불교환경연대 자원봉사자)씨가 네 살배기 지훈이랑 한창 장난을 치고 있다. “처음 여기 올 때는 몸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요 녀석 생각이 많이 나요. 부처님오신날 행사 때 텔레비전에 나오는 동자승들을 보면서도 마음은 이쪽으로 향하더군요.” 어느 새 졸고 있는 지훈이를 품에 안은 김 씨는 “작년에 올 때는 60명이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며 “이제 연말연시에 먹고 마시는 것은 할 만큼 해봤잖아요. 말로만 이웃을 생각하자고 할 게 아니라 모두가 다 나라는 것을 마음으로, 몸으로 느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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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안국사 부설 선재동자원은…?
의정부시 호원동에 위치한 비인가 아동복지시설. 90년 3월, 통일안국사 주지 지산 스님이 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다. 현재 영ㆍ유아 20명, 초등학생 22명, 중학생 16명, 고등학생 5명, 대학생 1명 등 모두 74명이 살고 있다.
박현규 사무장은 “올해만 10명 정도 새로 들어왔다”며 “경기가 안 좋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아이들 숫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은행 빚을 끌어다 3층 건물을 먼저 지은 건, 지난해 여름 화재로 가건물 4동 중 2동이 전소돼 아이들 잘 곳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부 인가(2005년 7월까지 받아야 함)를 받기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비인가 시설이라 정부 보조금 한 푼 받지 못한다. 그러나 후원금만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처지에 정부 인가를 받기 위한 시설, 인력 등을 맞추기 위한 재정 마련 역시 캄캄하기만 하다.
지산 스님은 “인가시설에는 18세가 넘으면 나가야 되는데 여기 떠나면 또 어디로 가겠느냐”며 “제 인생 책임져서 나갈 때까지는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되는데, 그것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031)855-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