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익산 미륵사 근방에서 생산됐던 납유리가 일본에서 유통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녹색의 판상 유리 30여점을 분석한 결과 7세기 일본 후꾸오카 미야지다케 고분에서 가공된 유리 팔찌, 유리구슬, 유리판의 성분과 납 동위원소가 일치해 이 같은 해석이 가능한 것.
강형태(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 실장), 김성배(문화재청 매장문화재과), 허우영(호암미술관 문화재보존연구소), 김규호(공주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 씨 등의 공동연구결과 미륵사지 출토 유리는 납이 70~79%, 실리카가 20~28%의 범위로 분석됐으며, 납 원료는 부평지역 광산에서 조달해 일정한 배합비로 유리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대부분의 납유리가 완성품이 아닌 판상과 덩어리 형태라는 점은 언제든지 가공, 외부유통 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미륵사지 유리와 후꾸오까 미야지다케 고분군 유리의 납 동위원소비율이 거의 같아 모두 한국 북부지역에서 조달한 납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7세기 이후의 유적인 나라현 아스카, 정창원, 약사사지 등의 유리는 납 동위원소비율이 일본 내 납광산 지역으로 나타났다.
강형태 실장은 “분석결과를 종합해 볼 때 7세기 초 미륵사 일대의 유리가 일본에 건너가 일본에서는 처음에는 이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이후에는 일본 내 납광산에서 원료를 찾아내 납유리를 자체제작 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