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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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신ㆍ생명 중심 새 문화코드 견인
불교, 종교문화의 중심인가?
<전문>
아직까지 불교가 여러 종교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기내면의 성찰이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물질만능시대에 불교문화는 ‘정신과 생명’을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현상을 창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향 한성대 의생활학부 교수는 “영화, 음악, 미술, 건축 등 다방면에 걸쳐서 이미 불교는 우리 문화 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기계화된 현대문명에 현대인들이 등을 돌리며 정신적인 충족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한다. 서구에서 이미 불고있는 뉴에이지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종교문화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불교는 종교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의상작품에 <반야심경>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무용수들은 연꽃을 들고 춤을 춘다. 미술작품에는 ‘공(空)’과 ‘선(禪)’ 사상이 흐른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우주선은 연등행렬에서 따왔다.’

21세기 들어 예술 작품 곳곳에 불교사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정형화된 틀속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멘탈리즘(정신주의)을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의 열망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거세다. 멘탈리즘을 강조한 뉴에이지의 열풍속에서도 동양사상, 특히 명상문화에 대한 흔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종교문화는 어떠한가? 그동안 상당히 서구 지향적이었기 때문에 한국 전통 종교문화 계승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또한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 과정에서 종교문화가 너무 물질적이고 외형적으로 치우쳐 왔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래서 종교가 내적으로 자기성찰을 하면서 심성개발을 위한 문화형성을 해야 하는데 제 구실을 다하지 못했다. 게다가 일종의 기복주의 문화가 너무 강하게 만연돼 물질적 성공을 종교적으로 정당화 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도 종교문화의 역기능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에 한국 종교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물론 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21세기는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화의 세기가 될 것으로 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새뮤얼 헌팅턴은 오래전에 “20세기의 정치 경제적인 패러다임에서 21세기는 문명과 문화적인 패러다임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20세기가 종교적인 틀을 고집했다고 한다면 21세기 종교의 시대는 진정한 종교의 가치를 보여주고 구현하는 문화적 형태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불교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맥을 같이 하는 불교문화는 음악, 미술, 건축, 영화 등 다방면에 걸쳐 21세기 문화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서양에서도 동양 특히 불교의 선(禪)사상에서 오브제나 모티브를 따온 것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불교가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증거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월드컵을 맞아 외국인들을 위한 산사체험의 일환으로 열린 템플스테이도 한국의 불교문화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알리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올해에는 주 5일제를 맞아 내적인 자기성찰을 원하는 이들에게 주말 산사여행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꼭 불교적 사상이 아니더라도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장르를 통해 ‘마음닦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도 불교가 종교문화의 중심에 서기 위한 필수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일찍이 서구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뉴에이지’에 대한 이해가 필연적일 것으로 보인다.

■ ‘뉴에이지’란?

음악, 영화, 미술 등 현대사회의 주류문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개념 ‘뉴에이지(New Age)’. 뉴에이지는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과학문명과, 물질문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요구로 시작된 ‘뉴에이지 운동(New Age Movement)’으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운동은 당시 젊은 지성인들 열광했던 히피문화와 맞물려 70년대까지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기독교적 신(神 )중심 사고와 과학 논리에 지친 마음과 정신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불교, 인도사상, 동양사상등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뉴에이지는 맹목적인 신앙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정신을 치유하고 계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종교를 이해한다. 인간내면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능력을 계발하는 데에 종교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뉴에이지의 이런 특성은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인본주의와는 다른 초월적 인본주의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는 ‘모든 중생은 불성을 지닌 존재’라 이해하는 불교적 철학과도 상당히 맞아 떨어진다. 따라서 대중의 뉴에이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서구사회의 불교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불교의 수행법인 참선, 명상, 요가 등이 계속해서 붐을 이루는 것이 한 예다.

■ 뉴에이지의 영향을 받은 문화

△ 음악
뉴에이지는 ‘뉴에이지 음악’으로 대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에이지가 추구하는 동양 사상과 명상, 참선에 대한 관심은 이를 위한 음악들도 탄생 시켰다. 이런 음악들은 뉴에이지 자체보다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깊숙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뉴에이지 음악은 딱 꼬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보통 클래식이나 재즈 포크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결합한 연주곡으로 정의된다. 서로 다른 장르가 혼합된 특성으로 인해 ‘크로스 오버(Cross Over)’라는 하위개념으로 불리기도 한다.

뉴에이지를 표방하는 곡들은 대부분 강렬한 사운드 보다 잔잔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몽롱한 느낌을 준다. 이런 음악들은 명상 뿐 아니라 심리치료, 스트레스 해소 등에 광범위 하게 쓰이고 있다.

유키 구라모토, 조지 윈스턴, 앙드레 가뇽, 야니, 프랭크 자파 등 자신 만의 뚜렷한 음악세계를 펼치는 대표적인 뉴에이지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유럽의 음악레이블(Fonix, Kuckuck)이나 ‘부다 바(Buddha Bar)’로 대표되는 라운지 음악이 명상음악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 영화
영화에서도 뉴에이지의 독특한 색깔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신비주의적 분위기, 몽환적인 영상기법, 초시대적 배경 등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뉴에이지적 특징이다. 인간의 심리와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거나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적인 영화도 뉴에이지에 분류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SF 영화로 시대와 배경을 짐작하기 어렵다. 데미 무어가 주연했던 ‘사랑과 영혼’도 이승과 저승의 경계, 죽은 자와 산자의 공존이라는 요소로 뉴에이지 영화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가 허상인 기계세계를 벗어나 내 안의 구원자를 일깨운다는 내용 때문에 뉴에이지 사상을 그대로 옮긴 영화로 평가 받기도 했다.

△ 문학
문학에서의 뉴에이지는 소설, 시, 에세이와 같은 독립된 장르가 아닌 문학의 내용을 통해 드러나는 것을 포함한다.

‘뉴에이지 문학’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를 계발하는 과정을 내용으로 한다. 작품을 통해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성장과정을 묘사한 헤르만 헤세와 리차드 바크도 뉴에이지 문학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또 오죠 라즈니쉬의 <배꼽>, 바바 하리 다스의 <성자가 된 청소부>, 현대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한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을 담은 <빠빠라기>, <히말라야 성자들> 등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베스트셀러다.

이밖에도 장보들리야르의 <시뮬라시옹>,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Tao of Physcis)>,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The Turning Point)>등 현대과학의 허점을 꼬집은 신과학 서적이 뉴에이지 문학에 포함된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12-31 오전 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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