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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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스포츠 스타들의 희망쏘기
마음 살피면 금메달 보여!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는 유독 ‘불자’가 눈에 띈다. 진지한 얼굴로 경기에 임하는 골퍼, 야구 선수 등의 손목에서 불자의 상징인 단주가 자주 발견 되기도 한다. 바쁜 훈련 일정과 승리에 대한 압박감 등 피로에 절어 있는 선수들이지만 “자주 사찰을 찾지 못해도 마음만은 언제나 불법 속에 사는 불자”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들의 이런 자랑스런 모습은 불자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갑신년 불자 스포츠 스타들의 원력을 알아본다.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한 양궁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1, 2위를 놓치지 않아 ‘효도 종목’이라 불리는 양궁. 땀 냄새가 가득히 느껴지는 역동적인 운동은 아니다. 하지만 활시위를 과녁에 겨냥하기까지 요구되는 고도의 집중력과 마음가짐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관찰해야 하는 정신운동이다. 그런 면에서 양궁은 마음자리를 들여다볼 줄 알야하는 불교와 많이 닮아 있다.

지난 해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제 13회 아시아양궁선수권 대회를 승리로 이끈 국가대표 박경모(29·인천계양구청), 박미경(22·전북도청) 선수도 틈틈이 명상을 통한 이미지 트레이닝과 근처의 사찰을 찾으면서 마음수행을 한다.

두 선수에게 불교가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박경모 선수가 시원스레 한마디로 대답한다.

“솔직히 경기 때는 종교고 뭐고 아무 생각 안 납니다. 과녁만 보여요.”

그의 대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게 정답이다. 경기를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그 순간에는 과녁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다른 생각이 나지도 않는 ‘삼매’에 빠질 테니까. 박미경 선수도 한마디 덧붙인다.

“경기 전 심리상태를 고르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훈련 일과가 시작되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죠. 활시위도, 과녁도 없지만 ‘나는 지금 경기장에 서 있다’라고 생각하며 한발 한발 쏘는 거예요.”

선수들에게는 또 마음의 흐트러짐을 다스리는 자신만의 비법도 있다. 박미경 선수는 ‘명상의 시간’ 같은 테이프를 들으며 자신 만의 명상을 한다. 조금 덜렁거리는 자신을 차분히 하기에는 ‘딱’이란다. 박경모 선수는 고참 선수답게 “활을 잘 쏘기 위한 마음은 활로써 잡는다”며 잡념을 없애려 활쏘기 자체에 몰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때에는 선수촌 근처 불암사에서 맑은 공기와 풍경소리로 자기 안의 생각들을 정화시킨다.

요즘 두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우선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 선발전은 남녀 각각 3명씩 총 6명의 국가대표만을 선발하는 ‘좁은 문’이다.

“올림픽을 제외하고 세계선수권 대회, 아시아선수권 대회 등에서는 개인전, 단체전 1등을 모두 해봤어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훈련에 임할 계획입니다.”(박경모)

“어렵게 들어온 대표팀이니만큼 이번 선발전도 통과해야지요. 태극마크가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박미경)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올림픽을 향한 그들의 첫 활시위가 성공적으로 당겨진 그 날, 축하 인터뷰로 또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잘나가는 스포츠 선수들은 불자?

최근 <주간동아>가 한국 여자 골퍼 20명을 선정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들 중 55%에 해당하는 11명이 불교신자였던 것. 박세리 선수를 비롯해 강수연, 정일미, 조경희, 골프계의 신데렐라 안시현(사진 왼쪽 위) 등이 이에 포함된다.

동계올림픽 인기종목 쇼트트랙의 여성 선수들 중에는 유독 불자가 많다. 94·98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냈던 전이경 선수(27·현 세미프로 골퍼)는 경기 때마다 ‘옴마니반메훔’을 암송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대표팀의 최민경(21), 주민진(20), 최은경(19), 고기현(17)도 불자다.

남자 스포츠 스타들의 신심도 돈독하기는 마찬가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재응(사진 오른쪽) 선수는 어머니가 주신 염주를 몸에서 떼놓지 않는다. 이로 인해 경기 중 벌어졌던 심판과의 헤프닝은 유명한 일화다. 국내 야구계의 ‘꽃미남’으로 불리는 두산 베어스 홍성흔(사진 왼쪽) 선수는 대학 때 108배, 3천배 정진 등을 통해 급한 성격을 누그러뜨리는 마음수행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축구의 홍명보, 김남일, 박지성, 설기현, 김은중 선수 등은 국가대표로 활약했음은 물론 현재 세계무대에서 한국불교와 한국축구의 맹위를 떨치는 불자들이다.

스포츠 스타들 중에 불자가 많은 이유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경기에 따른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이보다도 큰 문제는 정신적 소모.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바로 알고 한계를 극복하려는 고뇌는 육체적 훈련만큼 혹독하다.

특히 중요한 시합을 앞둔 선수들은 심리적 압박감과 긴장상태에 빠지기 쉽다. 시합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려면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선수들이 말하는 ‘마인드 컨트롤’과 마음수행을 강조하는 불교는 코드가 맞는다.

불교의 이런 특성은 선수들 개인 종교와 상관없이 정신훈련과 심상훈련(이미지 트레이닝)에 도입되기도 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훈련프로그램 중 하나로 불교 명상법인 위빠사나를 수행했다. 이에 대한 효과는 부산 아시안게임 종합 2위라는 결과로 입증됐다.

참선 또한 선수들의 정신훈련에 효과가 있다. 참선을 통해 마음자리를 살피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그만큼 강한 집중력과 추진력을 갖게 된다. 참선은 특히 양궁, 사격, 골프 선수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 자신이 느끼는 불교의 장점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절에 갔을 때 느껴지는 향내음, 부처님의 인자한 미소, 깨끗한 환경 때문에 훈련으로 받은 스트레스, 피로 등이 저절로 사라지는 듯 하다”고 말한다.
한상희 기자 | hansang@buddhapia.com
2003-12-30 오전 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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