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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중흥조 효당스님 기리는 차문화예술제
효당스님 탄신 100주년 앞두고 열려
채원화 원장의 독수선차 시연.
현대 차계의 중흥조라 일컬어지는 효당 스님의 탄신 100주년을 한해 앞두고, 지난 12월 25일 진주에서 효당 스님의 차도 정신을 기리는 문화예술제가 열렸다.

예수의 탄신을 축하하는 성탄절이었던 이날, 경남문화예술회관에는 현대 한국 차도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어른, 효당 스님의 탄신을 기뻐하는 차인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99년 전, ‘지혜(般若)의 이슬(露)’로 이 땅에 맺혔던 효당 최범술 스님의 종지를 올곧게 이어가고 있는 ‘반야로 차도문화원’(원장 채원화) 주최로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국 차도 문화 예술제’에서는 차 마시는 일상이 예술의 경지로 승화돼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공수선차 시연.
특히 이날 행사는 1969년 전국 최초로 단위 차회를 태동시켜 현대 차도의 고향이 된 진주에서 열린 데다 한국 차계의 종장인 효당 스님의 선차(禪茶) 세계를 흠모하는 전국의 차인들이 객석을 가득 메워 의미를 더했다.

행사에 앞서 채원화 원장은 인사말에서 “현대 차도를 부흥시킨 효당 스님의 차도를 새로운 예술 장르로 격상시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내년으로 다가온 스님의 탄신 100주년에 앞서 차인들과 함께 스님의 뜻을 기리고 싶었다”고 이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막이 오르고 효당 스님이 남긴 차도 정신을 부흥시키기 위한 반야로 차도문화원 차인들의 몸짓이 시작됐다. 효당가 차살림의 기본 강령이라 할 수 있는 ‘차도무문(茶道無門)’의 정신이 이날 선보인 공수선차, 공빈선차, 말차시연, 헌공다례, 차춤, 독수선차 등에서 오롯이 되살아났다.

공빈선차 시연.
차생활을 문 없는 문을 통과하여 들어서는 일이자 자신을 찾아 떠나는 먼 여행길로 비유한 효당 스님의 차도는 손님을 맞아 차를 마시는 행위, 홀로 차 마시는 행위 등 일체의 차생활을 통한 내면의 수련 즉, 선차수행(禪茶修行)으로 귀결시켰다.

이날 무대에 올려진 공연 또한 채 원장과 문도들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차 의식을 국악과 어우러진 공연 장르로 발전시킨 것으로 선차수행의 전 과정을 보여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차인들의 호응 속에 ‘한국 차도 문화 예술제’를 마친 채 원장은 “효당 스님의 탄신일인 7월 13일을 전후해서 효당 스님 문집 발간, 학술제, 효당가 차법 시연, 스님 유품 전시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효당가 차살림살이를 널리 알릴 것”이라고 내년 100주년을 앞둔 기대를 밝혔다.

말차 시연.
공수선차(共修禪茶)
채원화 선생 등 문도 30여명이 선보인 ‘공수선차’는 고요한 차실에서 화롯불에 찻물끓는 소리를 들으며 스승과 문도들이 법도에 맞게 잎차를 달여 마시며 함께 신심을 수련하는 선차로 차선일체의 세계를 선보였다.

공빈선차(共賓禪茶)
〈차도예찬〉이라는 국악을 배경으로 팽주(차도에서 모임과 의식(儀式)을 주재하는 사람)가 정성껏 차를 달여 객을 대접하며 함께 차를 마시며 수련하는 선차를 선보인 공빈선차는 차를 마시며 주객(主客)의 경계를 허물었다.

말차시연
스승과 문도들이 함께 찻사발에 가루차를 내어 마시는 선차수련으로 대숲을 지나는 흰구름을 무대배경에 어우러진 〈별과 시〉라는 가야금 연주가 차인들을 매료시켰다.

헌공다례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며 별이 총총한 밤 촛불 밝혀 천지신명님께 차를 달여 올리며 밝아오는 새해의 희망을 기원하는 행차의식인 헌공다례는 어두운 무대에 밝힌 촛불과 일렬로 헌다하는 문도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무대를 압도했다.

차춤.
차춤
김기화 대전대 무용과 교수의 안무로 강선미, 송영미 서울시 무용단 단원들의 춤으로 선보인 차춤은 동짓날 저물어 가는 한 해의 액귀를 쫓고 태양과 밝음을 찬양하는 동짓굿 춤. 화려한 의상과 독특한 안무가 눈길을 끌었다.

독수선차(獨修禪茶)
이날 무대의 하이라이트. 차실에 홀로 앉아 차를 달여 마시며 깊은 차선삼매에 들어 유천희해(遊天戱海)하는 선차수행으로 차를 통해 내면합일의 경지를 드러낸 무대로 호응을 얻었다.


□ 효당 스님은?

한국 근세 차도문화의 중흥조가 초의 스님이라면 한국 현대 차도의 중흥조가 바로 효당 스님이다.

그냥 좋아서 마시면 그만인 차생활을 도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차수행으로 승화시킨 스님은 1904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13세에 다솔사로 출가했다.

차도에서 스님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한국 최초의 체계적인 차도 개론서인 <한국의 차도> 저술했으며 1977년 한국에서 최초로 차인들의 동호인 모임인 한국차도회를 발족시켜 한국차인회 결성의 모태를 마련했다. 특히, 스님만의 독특한 정제증차인 색과 향, 맛이 뛰어난 반야로 제차법을 전수시켰다.

그러나 효당 스님은 차인이기에 앞서 출자 수행자였다. ‘차 마시는 행위를 통해 미망에서 깨어나 사람노릇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강조한 효당 스님은 60여 년간 다솔사에 주석하며 원효 스님의 사상과 교학 복원과 연구에 전념했으며 만해 스님과 함께 만당(卍黨)을 결성, 항일운동의 선봉에 섰다. 무려 12년 동안 수십회에 걸쳐 옥고를 치루기도 했던 스님은 명성여학교 초대교장을 역임하며 민족교육에도 각별한 공을 세운 불교지도자였다.

차도무문(茶道無門)과 차도용심(茶道用心)에 바탕하는 선차수행을 확립한 효당 스님은 79년 76세로 입적할 때까지 대승불교적 실천으로 일관하며 차선삼매의 경지로 후학들을 이끌었다.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
2003-12-30 오전 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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