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12월 23일 갑신년 신년 법어를 발표한 데 이어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 진각종 총인 혜일 대종사 등 각 종단의 최고 어른들도 불기 2548년 신년 법어를 내놓았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시방좌단(十方坐斷)하고 천안돈개(天眼頓開)하니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본분(本分)을 드러내어
곳곳에서 활로(活路)를 이룹니다.
아자(啞者)는 만류군생(萬類群生)을 깨우치는 법음을 설하고
농자(聾子)는 성전일구(聲前一句)를 전합니다.
이것이 새해아침에 광명이 가득하고
영롱한 빛이 시방을 머금은 소식입니다.
하늘은 이것 하나를 얻어 청정하고
대지는 이것 하나를 얻어 평화롭습니다.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이것 하나를 손아귀에 쥐고 천하를 태평케 하였고
불조는 이것 하나를 깨달아 일체를 텅 비우고
나고 죽음에 자유로웠습니다.
이와같은 현묘한 이치는 여러분의 눈 앞에 있습니다.
진리의 참모습을 깨치려면 저 빛깔과 소리를 떠나지 말아야 합니다.
꾀꼬리는 벗을 불러 노래하고
제비는 둥지를 찾아올 것이며
맑은 바람은 흰 달을 흔들고
흰 달빛은 맑은 바람 속에 빛날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혜목(慧目)이고 진리의 광명입니다.
대용현전(大用現前)하고 부존궤칙(不存軌則)입니다.
줄탁((口+卒)啄)의 솜씨를 지닌 사람은
부쟁(不諍)의 덕을 얻어 원융을 이룰 것이요
말에 얽매인 사람은
재주를 팔아 어리석음을 얻을 것입니다.
천지에 빛을 놓으니
집집마다 순금의 문이 열립니다.
악(喝)!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
가득 찬 부처님을 봅시다.
새로운 마음의 눈을 열고 새해를 맞이합시다.
집착과 대립, 독선의 어둠을 버리고 지혜의 빛으로 이웃을 봅시다.
나의 네가 아닌, 너의 나를 보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우리 주위에 가득합니다.
부처님 남기신 법문은 대천세계에 가득합니다.
“미래의 부처님이여, 당신을 공경하고 찬탄합니다.
그대들은 부지런히 수행정진하며 보살도를 행하여 마땅히 성불할 것입니다.”
[아불경여 여등행도 개당작불(我不輕汝 汝等行道 皆當作佛)]
적멸궁 앞에는 훌륭한 경치도 많고
영축봉 꼭대기엔 티끌 한 점 없어라
종일토록 방황하며 지난 일을 생각하는데
저물녘 자비의 바람이 효대에서 이네
적멸궁전다승경(寂滅宮前多勝景)
영축봉상절섬애(靈鷲峰上絶纖埃)
방황진일사전사(彷徨盡日思前事)
비모비풍기효대(簿暮悲風起孝臺)
◇진각종 총인 혜일 대종사
법계는 법의 일산으로 덮히우고
뭇 중생은 모두가 일불의 제자라.
동녘 바다에 법일이 솟아올라 창공에 들어가니
하늘에는 구름 없고 바다는 파도 잔잔하구나.
새벽에 하늘을 보라!
여명(黎明)의 빛이 그 속에 머물다가 기지개를 폄을 볼 것이요,
저녁에 노을을 보라!
하루의 여정(旅程)이 그 속에 감추어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참회(懺悔)의 빛이 새벽을 타고 비추이면
육자진언(六字眞言)의 자비(慈悲)의 빛이 저녁노을에 붉게 탈 것이다.
맞이하고 보냄 속에 자심(自心)을 돌아보고 진실의 일획(一劃)을 긋는다면
뉘라서 지옥의 고통을 축적하리요.
내가 있고 네가 있는 지옥(地獄)불이 사라지면
기름가마와 철산은 무용지물이요,
잘하고 못하고를 논하지 아니한다면 천상누각(天上樓閣)이 무너져
윤회(輪廻)의 틀이 뜬구름이 되리라.
오로지 열 손가락 모아 바라는 것은
뭇 중생들이 앉고도 남을
부처님의 금강보좌(金剛寶座)를 법계법신으로부터 옮겨
선악시비(善惡是非) 선후본말(先後本末)이 없는 평등한 밀엄정토를 건설할 일이로다.
자심에서 우러나오는 본심의 소리
육자진언을 정진의 틀로 삼아
세세생생에 쓰고도 남을
성스러운 불사(佛事) 지을 것을 서원합니다.
◇관음종 종정 죽산 스님
사해랑평용수안 四海浪平龍睡安
구천운정학비고 九天雲靜鶴飛高
사해의 물결이 고요하면 용이 편안히 잠들고
구천의 구름이 고요하면 학이 높이 난다네
가차사대이위신 假借四大以爲身
항연불포어생사 恒然不怖於生死
사대를 잠시 빌려 몸을 이루었으니
항상 편안하여 오고감을 두려워 않는다네
◇총지종 종령 수성 대종사
부처님의 법문이 팔만사천이라고 하나 내 마음에 있지 않으면 허공의 말이니, 경구 한 구절 내 마음 속 깊이 있으면 팔만사천 법문이 다 내것입니다.
법문이 좋다고 하나 실천하지 않으면 또한 내 마음 밖에 있는 것이요, 실천하여 닦고 닦으며 실천하는 가운데 나의 불성은 절로 밝혀지는 것입니다.
실천은 우리 일상에 있음이니 신구의(身口意)로 짓는 죄업을 금하는 것이요, 양설하여 이간하지 않는 것이며, 악구하여 남을 해하지 않는 것이요, 꾸며서 남을 어렵게 하지 않는 것이며, 망어로 남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실천과 함께, 내가 모든 중생이며 모든 중생이 바로 나임을 깊이 인식하는 동체대비심의 보살정신이 따라야 합니다. 그것은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일입다다입일(一入多多入一)의 대승적 실천을 말한다 하겠습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 ‘나’와 ‘너’라는 분별심이 자리 잡고 있다면, 그것은 바른 실천의 길이 될 수 없으며 실천해다 해도 그것은 거짓과 위선에 불과할 뿐입니다. 영원한 실천이 될 수 없습니다.
믿음과 실천! 그 모두는 결국 우리들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또 ‘나의 마음을 어떻게 닦을 것인가’하는 것에 귀착됩니다. 내 마음 닦는 데 정진한다면 나의 실천은 절로 되는 것이며 구경에는 성불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경에 이르시기를 “자기의 마음을 스승으로 하는 사람은 안락과 지혜를 얻어서 모든 번뇌를 끊고 보살도에 들어 원만청정한 과보를 속히 증득하리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대자대비의 마음 문을 활짝 열어 보살도 실천에 일심 정진합시다.
옴마니반메훔!
◇법륜종 종정 정각 스님
계미년은 매우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새로 밝아오는 갑신년은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자비로 불안한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희망과 행복이 충만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심불망취과거법(心不忘趣過去法)
역불탐착미래사(亦不貪着未來事)
불어현재유소주(不於現在有所住)
삼세요지실평등(三世了知悉平等)
부처님의 대지혜 금강보검만이 부의와 부정, 타락과 부패를 대광명의 천지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보다 철저한 수행과 뼈를 깎는 참회로 인간의 자성을 재발견 해야만 합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갑신년 한 해를 희망과 용기를 갖고 미래의 꿈을 이루어가는 보람찬 한 해로 만들어 갑시다.
우리는 이분법이 아닌 절대 평등의 중도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전쟁과 파괴, 부정과 부패, 반목과 대립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합니다. 갑신년 한 해,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탐욕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다 비워버리고 진실로 참회하면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영광과 행복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냅시다.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충만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우리 다 함께 힘차게 출발합시다.
나무 대자대비 관세음보살!
◇조동종 종정 지명 스님
오토승침 미신회호(烏兎昇沈 未申回互)
오탁말세 신전법륜(五濁末世 新轉法輪)
정묵혜조 세조진노(定(默+火)慧照 洗滌塵勞)
속성평통 영세공영(速成平統 永世共榮)
일월이 승침하여 세월을 재촉하니 계미는 저물고 갑신이 밝아오도다
오탁악세에 새롭게 법의 수레를 굴리고
선정과 지혜로 고요히 비추어서 속세의 모든 티끌을 씻어내고
하루 빨리 남북통일을 이루어 영원토록 함께 번영할지어다.
◇미륵종 종정 연화 스님
불신과 탐욕으로 얼룩진 오늘의 현실을 이 시대의 정치인과 사회 지도자들이 부처님의 가피로서 수희동참하여 지난 과오를 깨끗이 청산하고 나라의 어려운 난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대화합의 장으로 나아갑시다.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 지은 과보로 인해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갇혀 살면서 무명의 어두움을 깨닫지 못하도다.
◇보문종 종정 혜안 스님
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광대무변한 우주의 변방 중의 변방인 지구별에 새해가 밝았습니다.
인류의 소박한 희망과는 달리 힘 있는 자의 배타적 독선주의로 야기된 분쟁의 소용돌이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념적 갈등으로 촉발된 분쟁은 인류의 가슴을 증오와 반목으로 황폐화 시켰으며, 생활 편의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자연환경 파괴행위는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의 생태적 터전을 볼모화하고 있습니다.
우주는 불보살님과 사생구류(四生九類)의 유정(有情)과 무정물(無情物)이 서로 주체적으로 교류하고 상즉상입(相卽相入)하면서 주반구족(主伴具足)의 화엄세계를 연출하는 법계입니다.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과 중생세간(衆生世間) 그리고 기세간(器世間)이 시·공간적으로 얽히고 설켜 서로 인이 되고 과가 되는 유기적 순환 속에서 수천겁동안 중중무진한 인연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함께 살아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공존·공영의 연기적 원리를 사무치며 살아가는 지구의 한 해가 되기를 발원합시다.
우주의 시야로는 티끌 하나도 아닌 자기존재를 과신하면서 장구한 겁 동안 맺어온 소중한 인연들을 너무 낭비하며 함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루하루를 성찰하며 살아갑시다.
시작 없는 과거로부터 생사윤회하는 가운데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 하나하나 다음 세상의 생존상태를 결정짓는 업종자 아님이 없습니다.
새해에는 우리의 삶이 나아가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지 못한 채 허둥대며 사는 무의식적인 일상에서 깨어나 자기와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나를 찾아가는 명상과 성찰 그리고 참회의 한 해가 되기를 발원합시다.
◇총화종 종정 동광 스님
누겁진구 세척제(累劫塵垢 洗滌除)
송구영신 혁개척(送舊迎新 革改拓)
갑신일조 천지광(甲申日朝 天地光)
용맹정진 유발전(勇猛精進 有發展)
누겁으로 싸인 때를 씻어 버리고
옛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하여 혁신하고 개척하면
갑신년의 아침 해가 천지를 비추니
용맹정진하면 앞날에 발전이 있으리오
◇해곡 열반종 종정
오늘의 동녘에 뜨는 해는 어제의 해가 아니며, 오늘 뜨는 달은 내일 뜨는 달이 아닙니다. 풍경(風鐸)이 우는 소리는 바람이 오는 소리요, 법고(法鼓)가 우는 소리는 간다는 소리입니다.
명예와 탐욕 그것은 아침의 이슬이며 부귀영화는 눈이 녹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지은 업장은 새해가 와도 매듭을 풀어야 하듯이 자비인욕으로 보살행을 실천하여 갑신년을 이웃과 함께 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량종 종정 대행 혜안 스님
붉은 태양이 밤새 얼룩진 어둠을 쫓고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솟구쳐 온 세상을 비추니 삼천대천세계 육도법계가 미소짓고 춤을 추네.
문명과 문화가 발달될수록 욕망과 집착이 날로 더해가는 세상, 명예도 재물도 순리대로 사는 이 덧에 걸리고 심판대에 오를 일 없고 어제는 저 곳 오늘은 이 곳 탐냄이 없으니 그 마음이 편안하네.
지난 한 해가 어리석음에 빠져 무리한 행동과 욕심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는가 되돌아보고 새해엔 내 앞에 부여된 허공무대에서 내 방식을 버리고 부처의 교시를 마음에 새겨 한 해의 삶을 계획하여 자신이 누구인지를 수시로 관조하면서 탐욕을 버리고 이웃과 더불어 공조하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됩시다.
묵은 해니 새 해니 구별하지 말게
겨울 가고 봄 오니 해 바뀐 듯 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 속에 산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