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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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에 서운" "천성산이라도…"
불교계ㆍ시민환경단체 '북한산' 대책논의
북한산 관통도로가 강행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시민ㆍ환경단체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12월 23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열린 대책회의 첫 말문은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이 열었다. 수경 스님은 “북한산 문제가 마무리 단계에 온 것 같다. 오늘 자리에서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논의해보자. 먼저 조계종 사회부장 미산 스님이 그간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대해 미산 스님은 그간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2002년부터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북한산 문제가 기폭제로 작용해 정부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한 “지난 주 종단에서 강경한 입장을 발표한 뒤 갑자기 노 대통령이 해인사를 방문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며 “강경 발언은 공사 강행 때문이 아니라 불교를 폄하해 나온 것이다. 항간에 떠도는 뒷거래는 결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국립공원 문제 해결을 위해 조계종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산과 관련해 조계종의 생각을 명확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 마무리 과정에서도 총무원과 자리 마련을 3번 이상 요구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금 전 미산 스님의 발언은 개인 생각일 뿐 총무원을 신뢰할 수 없다”며 총무원을 비판했다.

윤 국장의 말이 끝나자 남원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이 이어받았다. 스님은 “조계종의 진의가 오리무중인 것은 사실이다. 종도 한 사람으로서 종단의 부끄러운 부분을 덮어놓고 이야기한다면 서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산 문제는 대외적으로 보면 종단이 절대 반대를 외쳐왔지만 표리가 부동한 것도 사실이다. 즉 종단이 내외로 강고한 입장을 견지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끄럽고 미안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교구본사 주지스님들도 대부분 공사 강행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실상을 짚어보면 첫째, 스님들이 아직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해서 그렇다. 두 번째로는 사찰을 운영하다보면 정부와 행정관청과 협조 부분이 얽혀있어 정부 방침에 쉽게 반대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조계종을 실제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이자 사고다. 이런 부분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정리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우이령보존회 이정태 운영위원장은 “이번 문제는 시민환경단체는 배제하고 불교계만 상대하려고 하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 이후 불교계와 연관된 환경 사안이 많이 발생할 것인데, 불교계가 환경 사안을 해결하려면 시민환경단체들과 같이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문제도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계속 이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산 스님은 “정부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하니 일단 믿어보자. 우리도 북한산 문제 이후 환경에 대해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나 최창우 북한산ㆍ수락산ㆍ불암산 관통 저지 노원도봉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우리는 조계종에 철저히 우롱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계종 또한 노무현 정부에게 우롱당하고 있다. 그 근거로 얼마 전 기획실장 현고 스님 항의 방문 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사회국장 스님의 이야기만 믿고 돌아갔지만 이후 어떤 조치도 없었다. 조계종이 그런 식으로 인식되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정부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도 쉽게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적용할 때 정부 마음대로 할 것이다. 현고 스님을 비롯해 몇 몇 스님들은 역사에 반환경적 인사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장을 찍어줘선 안된다. 나머지 스님들도 저항하지 않으면 환경파괴 협력자일 뿐이다. 조계종을 믿고 6개월 동안 천막농성을 했지만 철저히 소외당했을 뿐이다. 단체들의 공론을 통해 결정해야지 종정 스님 의견만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동북여성민우회 김인숙 공동대표도 “지역내에서 운동을 충분하게 하지 못한 것은 미안하지만, 우리 뿐 아니라 환경단체들도 조계종을 의심했었다. 노원 도봉 지역의 대기 문제는 정부 뿐 아니라 환경단체, 불교계도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도법 스님이 무엇을 조계종에게 우롱당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하자 최창우 공동대표는 “연대하며 같이 싸운다고 했지만 노선검토위원회나 노선재검토위원회 설치 합의 등에서는 철저히 배제됐다. 필요할 때만 쓰고 아니면 배제당했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도법 스님은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가 중요하다. 북한산을 힘의 논리로 우리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겠는가. 그렇지 못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제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 절충안을 통해 입장과 명분을 세우자. 북한산은 전 국토의 문제다. 환경생태적인 과제를 정책적ㆍ제도적 장치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길로 가야 한다. 즉 현실을 인정하고 절충안으로 나가자”라며 접점을 제시했다.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은 “노원도봉 시민연대에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우리도 표현안한 것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조계종 자기 이익 챙기는 행위에 놀아났다는 비통함마저 든다. 조계종은 첫째, 자신이 힘이 있다고 생각해 단체들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번 건을 계기로 조계종은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이후 다른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조계종과 함께 하겠는가. 조계종은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하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이런 문제 발생시 조계종은 사전에 이해를 구하거나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조계종이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북한산 문제에 조계종이 없으면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계종을 직접 비판하지 못했다. 정말 실망스럽다. 셋째, 지역 주민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조계종을 능가하는 힘이 있다면 조계종을 배제시키고 싸우고 싶다. 이런 부분에 대해 조계종은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수경 스님이 단식을 제안했을 때 정부를 대상으로 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종단이다. 그러나 종단을 배제하고는 문제를 풀 수 없다. 또한 종단에만 문제를 맡겨서는 제대로 얻지도 못한다”며 함께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환경운동연합 박진섭 정책실장이 “상황을 되돌릴수 있는 방안은 없다. 정부에 국립공원에 대한 태도 변화와 사찰환경 피해 방지, 주민피해 최소화 등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최창우 공동대표도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절충안이 있다면 수락산 불암산 구간은 이미 많은 부분 공사가 진척됐기 때문에 8차선을 4차선으로 줄이고, 북한산만은 우회하는 방향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의견을 제시했다.

법륜 스님(한국불교환경연구원)은 “2년여간 정체 국면에서 노 대통령이 해인사를 방문해 균형을 깼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순교하는 방식으로 가는 길이 있겠지만 타협점을 찾아가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 대통령으로부터 이후 개발과 성장 위주의 정책에서 환경적인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선언을 받아내자. 또한 노 대통령이 대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게끔 하자. 북한산은 안되더라도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천성산이라고 우회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오늘 모임에서 가까운 시일 내 시민환경단체와 조계종 총무원간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7시 시내 모 음식점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을 비롯 불교계 단체장들이 모임을 가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모임에서 법장 스님은 노 대통령의 해인사 방문 건을 설명하고 단체들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법장 스님은 단체들의 의견을 따라 시민환경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남원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 한국불교환경교육원 대표 법륜 스님, 조계종 사회부장 미산 스님, 임완숙 교사불자연합회장, 김진관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 정상옥 대한불교청년회장, 정성운 불교환경연대 연구실장이 참석했다.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3-12-24 오전 8:08:00
 
한마디
환경단체는 같은 입장이였던 보성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반성하라! -----------------------------------------------------지난해 2월부터 환경운동가 등과 함께 농성하다 지난해 8월 이후 혼자 농성현장을 지켜온 보성 스님은 이날 “조계종 종정께서 정부안을 수용한다면 나 역시 그 뜻을 따를 것”이라며 반대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현장을 지키면서 인근 주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그들의 지적에 공감했다”며 “아무런 대안도 없는 맹목적인 환경운동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성 스님은 “환경운동가들이 제시한 대안노선 2곳을 직접 둘러보았지만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터널을 뚫는 데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환경운동가들이 깨끗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충격을 받았다”며 “내가 현장을 비우면 다시 그들이 차지하고 맹목적인 반대에 나설 것 같아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성 스님은 “불교계가 환경운동 경험이 부족해 지식기반이 약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환경운동을 할 수 있는 교육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3-12-24 오후 3: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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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아이디어 없음이 문제다 한마디로 인재 부재가 원인이다. 과연 북한산 터널 문제에 얼마나 연구를 하고 홍보를 했는지 묻고싶다.
(2003-12-24 오후 1: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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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망신 당했다는 그 소문의 자리구만
(2003-12-24 오후 1: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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