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수경 스님의 화두는 '산'이었다면 2003년은 '갯벌'이었다. 2002년 북한산을 살리기 위해 철마선원에서 정진했던 스님은 2003년에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삼보일배를 하며 정진했다.
65일간 4개 종교 성직자들이 함께 한 삼보일배는 종교가 그 어떤 정치적 맹세보다 한국사회의 상처를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상대에 대해서는 가장 비폭력적이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가장 엄격한,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것에서부터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가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시위문화'를 만들었다.
수경 스님은 삼보일배 도중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평소 앓아왔던 무릎 관절염과 녹내장이 심해져 의사로부터 실명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듣기도 했다. 격렬한 고행으로 근육세포가 죽어 빠져나가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스님은 다시 아스팔트로 나섰다. 링거 주사를 맞으며 휠체어에 탄 채 서울에 입성했던 것이다.
스님의 이러한 고행은 새만금 뿐 아니라 '환경'이라는 화두를 국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새겨 넣었다. 법원도 공사중단이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수경 스님들 삼보일배단은 환경단체인 환경과 공해연구회로부터 '2003년 환경인'으로 선정됐으며, 환경운동연합 선정 2003 환경인상 '녹색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보일배는 환경운동연합이 뽑은 '올해의 10대 환경뉴스' 뿐 아니라, 국내외 저명 환경운동가와 환경학자들이 선정한 '2003 지구촌 10대 환경뉴스'에 포함됐다.
수경 스님은 내년부터 남원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과 함께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떠난다. 평화의 기운을 전국토에 심기 위해 다시 길 위에서 정진할 계획이다.
스님은 "북한산이 곤경에 처해 있는 지금 '올해의 인물' 선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