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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조계사 극락전. 조계사청년회의 수행법대강좌 결제 중 ‘참회(懺悔) 수행법’에 대해 법문하기 위해 등단한 나주 불회사(www.bulhoesa.or) 주지 정연 스님은 ‘불공합니다’라는 낯선 인사말로 말문을 열었다. ‘첫 만남의 인연, 모든 중생을 부처님으로 공경합니다’란 뜻을 가진 정연 스님의 인사말에 참회 수행법의 요지가 들어있는 듯 했다.
"참회 없는 수행이나 참된 삶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연 스님은 지난 91년 관음대참회 수련원을 개원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법문을 시작했다.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거나 발심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참회수련원을 열었지요. 수행은 참회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죠. 참회를 통해 근본 무명 즉 업식(業識)이 녹아야만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어요.”
정연 스님이 참회수련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 것은 94년부터 3년간 근본불교를 접하면서부터다. 인도와 동남아 불교국가의 수행법을 체험하면서 참회를 강조하는 우리 불교가 어느 곳보다 좋은 이념체계와 수행환경 속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 97년부터 다시 수련원을 연 정연 스님은 ‘성찰, 그리고 지혜로운 삶을 일구는 법회’란 기조아래 세 가지 법회를 상설화 했다.
매월 음력 초하루부터 초삼일까지 참회기도하는 ‘참회발원 법회’, 매월 음력15일 경전과 교리를 배우는 ‘지혜밝힘 법회’, 매월 음력 24일(관음재일) 어려운 이웃에게 보시행하는 ‘자비실천 법회’ 등이다. 특히 관음재일에 나주 영산포에 있는 중증장애자 시설인 계산원에 가서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간식을 함께 나누는 자비실천 법회는 참회발원의 사회적 회향의 모델이 될만하다.
정연 스님은 "며칠간의 참회수련회나 정기 법회를 통해 신(信) 해(解) 행(行) 증(證)을 체험한 불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회와 발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며 일상 속의 참회수행을 권했다. 정연 스님의 참회 수행법을 통해 참회하고 발원하는 송구영신을 맞는 것은 어떨까.
▲사참과 이참
‘참(懺)’이 자기 행위를 반성하는 것이라면, ‘회(悔)’는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 곧 발원(發願)이다. 그리고 이 발원을 실천하는 것이 곧 수행이다. 천태지자 대사는 참회를 크게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으로 나누었다. 사참은 예배, 송경 등 신구의(身口意)의 행위로 나타내는 참회로 수사분별(隨事分別) 참회라 하고, 이참은 실상의 이치를 보고 죄를 멸하는 참회로 관찰실상(觀察實相) 참회라고 말한다.
▲대자대비 구현하는 관음대참회
참회수행이란 자기 행위에 대한 성찰의 바탕 위에서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특히 관음대참회(觀音大懺悔)란 관음의 위신력에 가피를 빌어 수행에 퇴굴심을 극복하고 나아가 관음보살이 표방하는 대자대비의 절대사랑을 구현하려는 수행이다. 이 참회는 조석으로 부처님 전에서 십악참회문(十惡懺悔文)을 중심으로 한 <관음대참회의(儀)>를 읽고 참회하며 새 삶을 발원하는 것이다. 여기서 10악은 살생(殺生) 투도(偸盜, 도둑질) 사행(邪行, 삿된 행) 망어(妄語, 거짓말) 양구(兩口, 이간질하는 말) 악구(惡口, 나쁜 말) 기어(綺語, 꾸미는 말) 탐애(貪愛) 진에(瞋에, 성냄) 치암(癡暗, 어리석음) 등이다. 참회 기도전에 먼저 스스로의 마음을 굳게 다지고 외부의 인연도 쉬어야 하며, 도량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고 일념이 돼야 한다.
▲무상참회가 이참(理懺)
“죄는 본래 성품이 없어 마음따라 일어나니 마음이 멸할 때 죄 또한 사라진다. 죄도 사라지고 마음도 사라져 둘다 공하면 이것을 참다운 참회라고 한다.”(참회게)
이참은 이와 같이 죄의 실체가 없음을 바로 알아 우리의 자성을 밝히는 것으로 참선 등과 같은 여러 수행법이 여기에 속한다. 정연 스님은 이참의 한 방법으로 무상(無常)참회를 권한다.
▲지식(止息)→지각(知覺)→관심(觀心) 참회
먼저 편안하게 자리를 잡는다. 좌선의 자세로 앉았다면 생각을 아랫배에 둔다. 그리고 오르고 내리는 배를 집중하며 오를 때에는 ‘무상(無常)’이라는 단어를 배에 붙여 함께 하고, 배가 내려갈 때는 ‘타~’라는 단어와 함께 한다. 여기서 ‘무상타~’와 함께 배의 오르고 내림을 끊임없이 알아차리는 것이 곧 지식(止息)참회다. 이어서 지식참회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느낌(감각)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것이 지각(知覺)참회이다. 이렇게 지식참회와 지각참회를 오래 하다보면 다리와 허리가 아프고 불편한 데가 생기면 마음이 전점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이 불편한 마음을 살피는 것이 곧 관심(觀心)참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이 무상참회(無常懺悔)이다. ‘무상타~’라는 말을 배에 붙여 오르고 내림을 살피는 것이 집중하기 위한 방편, 즉 선정에 들기 위한 것이라면 모든 감각과 마음의 불편함 혹은 좋은 마음이 한시도 항상함이 없이 변해감을 체득하는 것이 곧 바른 지혜를 얻는 것이다.
▲끊임없는 정진과 평심(平心)이 중요
무상참회에 이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정진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행의 과정 속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체는 평심(平心)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수행과정에서 나쁜 마음이든 좋은 마음이든 감정의 변화에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 만약 고(苦) 뿐만 아니라 낙(樂)일지라도 그것에 반응하면 곧 업을 짓게 된다. 따라서 고락에 반연하지 않고 여일(如一)한 마음으로 다만 알아차리는 것이 곧 평심인 것이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는 방법
무상참회의 체득 또한 절대 편안함에 이르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속에서 무상을 바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집착에서 한 걸음 떨어져 현상을 관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은 우리를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함에 머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