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느슨해지면 여행을 떠났다. 예약 없이 무작정 떠날 때는 대개 3등칸 기차를 탔다. 인도의 3등칸 기차는 ‘내 자리’, ‘네 자리’의 구분이 없다. ‘우리 모두의 자리’가 있을 뿐이다. … 밤새 흔들리는 기차에 시달리며 화장실 입구 통로까지 밀려나와 쭈그리고 앉아 밤을 새더라도, 한 가닥의 허망 분별이라도 떠나보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인도철학자’ 이거룡 교수(동국대 불교학부)가 <이거룡의 인도사원순례>를 펴냈다. 불교 탑파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산치대탑(마하스뚜빠)과 29개의 석굴사원이 조성되어 있는 아잔따 석굴사원, 불교 석굴사원 양식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까를라 탑원을 비롯한 불교사원 13곳과 힌두교 사원 11곳 등 24개의 인도사원을 순례한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책 곳곳에서 인도의 신화와 철학,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인도사원의 양식적 특성과 건축사적 의의, ‘불교가 왜 인도에서 사라졌는가’ 등을 설명하고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인도여행은 일탈’이라는 지은이는 ‘내면으로의 침잠이 곧 우주로의 확산임을 보여주는 삶의 노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자신이 돌아본 인도 사원들의 모습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써 내려 갔다.
이거룡의 인도사원순례
이거룡 지음
한길사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