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華嚴經)>의 가장 오래된 주석서인 북위(北魏) 영변(靈辯, 477~522) 스님의 <화엄경론(華嚴經論)> 영인본이 발간된다. 또 이를 기념한 보조사상연구원의 제53차 학술발표회 ‘영변 <화엄경론> 연구’가 12월 27일 토요일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개최된다.
영변 스님의 <화엄경론>은 법장(法藏 647~714 중국) 스님의 <탐현기(探玄記)>·징관(澄觀 738~839 중국) 스님의 <화엄경소(華嚴經疏)>들이 참고할 정도로 <화엄경>을 면밀히 분석한 책으로 초기 화엄학 연구와 이후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전개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출간되는 <화엄경론> 영인본은 2001년 서울대 규장각에서 발견된 권51~56으로 <화엄경> 가운데 십지품(十地品)의 제2지에서 제4지의 내용에 대한 주석 부분이다. 윤선태 씨가 <신라 촌락문서>의 전래과정을 알아보던 과정에서 발견한 이 <화엄경론>은 송광사 소장본을 일제 시대에 누군가가 필사한 것. 이 6권이 발견되기 전에는 모두 100권의 <화엄경론> 가운데 6권(권3, 10, 14, 16, 17, 18) 만이 일본에서 확인됐었다.
이 책의 원본이 되는 송광사 소장본은 고려시대 의천 스님이 편찬한 <화엄경론 속장본(續藏本)>의 중수본(重修本)을 조선 초기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것이다. 송광사 소장본은 일본 학자 사또 타이준(佐藤泰○)의 1950년 대 논문을 통해 내용의 일부가 알려졌으나, 원본이 소실돼 전체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간되는 책은 권51~56 전체의 영인본을 본문으로 일본에 있는 <화엄경론> 일부와, 27일 발표되는 논문 2편이 부록으로 실린다.
27일 열리는 학술발표회는 영변 스님의 <화엄경론>이 갖는 역사적·사상적 의의를 고찰하는 자리. 최연식(금강대 국제불교문화연구소) 교수의 ‘영변 찬(撰) <화엄경론>의 전래와 사상적 특징’과 윤선태(서울대 규장각) 교수의 ‘규장각 소장 영변 찬(撰) <화엄경론>에 대하여’가 발표된다.
이날 발표를 맡은 최연식 교수는 “영변 스님의 <화엄경론>은 법장 스님이 인용하던 당대 최고의 <화엄경> 해설서이지만, 지금은 중국에도 이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며 “귀중한 자료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발간되는데 몇 년의 공백이 있을 만큼 불교계의 관심이 부족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