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불 들어갑니다.”
영축산을 호령하던 큰 별이 세속의 마지막 연을 벗는 순간이었다.
조계종 제9대 종정이자 통도사 방장인 노천당 월하 대종사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12월 10일 통도사 경내와 다비장에서 종단장으로 봉행됐다.
영결식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도원 스님과 부의장 종산 스님을 비롯 원명 지종 성수 녹원 보성 활안 지관 진제 지혜 정천 천운 스님 등 원로의원 스님들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명성 스님, 태고종 부원장 다월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운덕 스님,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등 5만여 사부대중이 참석,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정ㆍ관계에서는 박관용 국회의장,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이태일 열린우리당 공동의장, 주양자 자민련 부총재, 추미애 민주당 의원,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오지철 문광부 차관, 조윤제 청와대 불자회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다섯 번의 타종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원로회의 부의장 종산 스님의 월하 스님 행장 소개, 육성법문 청취,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영결사, 종정 법전 스님의 법어, 원로회의 의장 도원 스님의 추도사, 중앙종회의장 지하 스님과 수좌대표 진제 스님(동화사 조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이창동 문광부 장관 등의 조사로 이어졌다.
법장 스님은 영결사에서 “스님을 잊지 못하는 것은 수행자로서 보여준 엄격함과 스승으로서 보여준 자비함 때문”이라며 “불조의 연꽃은 불에서 피어나도 시들지 않는다 했으니 그 여여한 모습을 이 자리에서 시현하소서”라고 애도했다.
법전 스님은 법어에서 “오늘 아침 영축한 한 늙은이가 여기에서 몸을 뒤쳐 허공을 향해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며 “비로자나 부처님이 꽃 한송이를 드니 부처와 불조는 물밑에서 잠을 다도다”라고 법문했다.
원로회의 의장 도원 스님은 추도사에서 “스님의 덕화는 천지에 가득해 법계를 윤택케 했으며, 격외선지로 저희들의 미혹을 일깨워주셨다”며 월하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독한 조사에서 “대종사께서는 한국불교의 발전과 중생교화를 위해 일생을 정진하여 오신 영축산의 푸는 소나무이셨다”며 “대종사께서 남기신 높은 법의 향기를 온 국민과 함께 기린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영결식이 끝난 후 만장을 앞세운 운구행렬은 일주문 앞에서 잠시 노제를 지내고 부도원을 지나 통도사에서 4.2km 떨어진 다비장으로 곧장 향했다.
1시간여 만에 다비장에 도착한 운구행렬이 연화대를 한 바퀴 돈 후 본격적인 다비식이 거행됐고, 오후 1시 25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과 원로회의 의장 도원 스님을 비롯한 10여 명의 원로의원 스님, 통도사 부방장 초우 스님,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이 거화하면서 연화대에 불길이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