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조계종 종무행정 감사에서 우수 사찰로 선정된 조계사 등 5개 사찰의 업적을 보면 이제 사찰도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 본래적 기능만이 아닌 사찰 나름의 특성화가 필요하며 이제 본격적인 변모가 시작되고 있음을 예감케 한다.
그럼에도 불교 사찰의 특성화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그 발걸음이 느리다는 생각이다.
사찰이 불교의 종교적 기능을 우선하고 운영 방식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꾸려 나가는 일은 일차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신도교육 체계와 포교활동, 업무 체계화, 수행사찰의 위상 강화, 어린이 포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환경 등 사회문제를 불교적으로 접근,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 하는 것 역시 시대적 소명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찰을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 하는 일 또한 이 시대 사찰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천년이 넘는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불교사찰과 이와 함께 잘 보존돼 온 자연은 이제 소중한 국민적 자산으로 이 땅의 문화 중심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불교가 핍박받던 조선시대에도 초파일장 등 사찰 주변에 흥겨운 지역 축제와 문화마당이 펼쳐져 왔던 일을 상기하자.
사찰을 신도만이 아닌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그 공간을 박물관, 음악회, 무용, 미술전 등 지역 문화 예술 마당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주5일제 근로시행은 문화수요 확장을 의미한다. 앞으로 종무행정 감사에서는 이 점도 유념해 주었으면 한다.